백제 ‘익산토성’에 물 모아둔 거대시설 있었다…칠피갑옷 조각도 출토

익산토성 집수시설 바닥면. [국가유산청]
익산토성 집수시설 전경. [국가유산청]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옛 백제의 도읍지로 지목된 전북 익산에서 물을 모아둔 집수시설이 발견됐다. 익산토성에서 칠피갑옷 조각과 문서를 분류할 때 사용되는 봉축 막대 조각(추정) 등이 출토됐는데, 그 위치가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토성 남쪽 집수시설 안에서 나온 것.

국가유산청은 익산토성에서 가로 9.5m, 세로 7.8m 크기에 최대 깊이가 4.5m인 집수시설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자연암반을 인위적으로 깎아 만들어 바닥과 하단부가 온전히 남은 거대한 원형의 석재 집수시설이다.

익산토성 집수시설 남벽. [국가유산청]

집수시설 안에서는 칠피갑옷 조각이 출토됐다. 이는 충남 공주 공산성과 부여 관북리 유적에 이어 세 번째다. 이와 함께 백제 기와 조각과 토기 조각도 나왔다.

특히 익산토성 운용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봉축 목재 조각도 발견됐다. 직경 2.3㎝의 이 막대기는 문서를 분류할 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단면에 먹글씨로 쓴 ‘정사(丁巳) 금재식(今在食·현재 남아있는 식량이라는 뜻)’이라고 적힌 묵서명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막대기가 봉축 목재 조각으로 공인되면, 후속 연구를 통해 당대 백제인들의 토목기술 양상을 파악하는 가치 높은 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칠피갑옷 조각 출토 당시 모습. [국가유산청]
칠피갑옷 조각(일부). [국가유산청]

‘오금산성’으로도 불리는 익산토성은 해발 125m의 오금산을 둘러싼 산성터다. 지난 2017년부터 정비발굴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간 백제의 왕이 기거하는 궁궐에서 쓴 기와를 의미하는 수부(首府)명 기와를 다량 출토했다. 익산토성이 남쪽으로 약 2㎞ 떨어진 왕궁리 유적과 연계된 산성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발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익산토성의 체계적인 정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익산토성에서 발견된 봉축 목재 조각. [국가유산청]
정사(丁巳) 금재식(今在食·현재 남아있는 식량이라는 뜻)’ 문구가 쓰여진 봉축 목재 조각 단면 정밀촬영 이미지. [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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