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엔비디아발(發)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에 올라 탄 주요국 반도체기업과 달리 뒷걸음질치고 있다. 시장에선 주가 반등의 열쇠가 될 수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엔비디아 납품’을 하반기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본격 밸류체인에 탑승해 주가 상승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엔비디아 실적 발표 한 달 뒤 반등한 흐름을 이어갈 지도 주목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2월 21일(현지시간)로부터 한달 뒤 삼성전자 주가는 7만3100원에서 7만9300원으로 8.48% 올랐다. 직전 3분기 엔비디아 실적 발표일(2023년 11월21일·현지시간)로부터 한달 뒤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4.26% 상승했다.
‘엔비디아 실적발표 한달 뒤 주가 상승’은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탑승한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업체 대만의 TSMC, 비메모리 반도체 검사장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일본의 어드반테스트 그리고 SK하이닉스에 모두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후 TMSC, SK하이닉스는 각각 13%, 5% 증가했다. 직전 3분기 실적 발표 한달 후에는 TMSC, SK하이닉스, 어드반테스트는 각각 13%, 6%, 6% 올랐다.
특히 직전 4분기 실적 발표 후 삼성전자는 TSMC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도 TSMC, SK하이닉스, 어드반테스트처럼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속한 대표 기업”이라면서 “삼성전자 주가도 엔비디아 실적에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 들어 삼성전자 제외 3사 모두 주가가 올랐지만 삼성전자는 하락했다. TSMC와 SK하이닉스는 연초 대비 40%를 넘어섰고, 어드반테스트도 17%를 상회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5.53% 감소했다.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 실패 소식이 알려진 24일 3.07% 떨어졌고 전날 노조 파업 소식 여파로 3.09% 하락했다.
시장에선 엔비디아의 HBM 납품 승인을 밸류체인 탑승 1차 관문이라 평가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품질 시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경쟁사 SK하이닉스 제품 수율이 좋아진 영향도 꼽힌다. 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첨단 패키징으로 설계되는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 제품이란 특성 탓에 꾸준한 변형이 일어난다.
삼성전자가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한 뒤 검증 시험을 받더라도 그 사이 엔비디아에 납품되는 HBM 제품에 변형이 일어나면서 ‘과거 데이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경쟁사 제품 질이 향상될수록 승인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이미 SK하이닉스 5세대 제품인 HBM3E 수율은 목표치인 80%에 도달했다.
다만 엔비디아가 다양한 공급사 확보 차원에서 하반기 승인할 가능성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공급사로 들어오면 엔비디아 입장에선 경쟁을 통해 저렴한 단가로 납품받을 수 있다. 이로써 자사 ‘AI 가속기’ 가격도 조정이 가능해진다. 삼성전자의 HMB 제품 시험 결과 소식이 나오는 건 엔비디아가 그만큼 공급사 확보를 원한다는 긍정적 해석도 나온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의 경우 3분기부터 HBM3E의 비중이 더 높아지기 시작하며 엔비디아 등 고객사들은 HBM3에 수급에 대한 고민도 증가할 것이다”며 “고객사도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이외의 공급사를 확보해 안정적인 수급을 원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결국 삼성전자도 하반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