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뉴트로(newtro)’에 이어 Z세대(10대 중후반~20대 초반) 사이에서 Y2K 감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통 넓은 바지에 링 귀걸이, 헤어밴드 등으로 코디한 ‘뉴진스 패션’부터 유선 이어폰과 CD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CD플레이어의 판매량도 늘면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품절’로 화제를 모았던 그룹 에스파의 CD플레이어 버전 앨범의 제조사가 ‘아이리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MP3·PMP 등 학창시절을 떠올리는 30·40세대들은 반가움을 표하고 있다. 아이리버로 시작한 드림어스컴퍼니는 'MP3 강자'라는 과거의 타이틀을 넘어 생활가전 브랜드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인 드림어스컴퍼니(구 아이리버)의 주가는 지난해 7월 457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 2700원선 안팎을 오가는 수준에 그친다. 시가총액은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2019억원이다. 20년 전인 2004년 5월 말 당시 시총이 무려 4710억원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현재는 반토막 넘게 줄어든 셈이다.
드림어스컴퍼니를 옛 사명인 아이리버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드림어스컴퍼니는 아이리버를 SK텔레콤이 2014년 8월 300억원에 인수해 재편한 기업이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SK스퀘어가 38.67%로 최대주주며 SM이 12.3% 지분을 들고 있다. 현재 회사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플로’를 비롯한 음악 부문, 아이리버 브랜드가 이끄는 디바이스 부문 등 2개의 사업군이 핵심이다. 매출 기준으로는 음악 부문이 약 90%, 디바이스 부문이 약 10%를 차지한다.
드림어스컴퍼니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회사는 “디바이스 사업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다수의 현지업체들과 유통계약을 맺고, 온라인을 통한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2017년 SM엔터테인먼트(SM)와 협력 사업을 맺으며 소속 가수들의 응원봉, 공연 굿즈 등 IP를 활용한 상품 제작을 도맡고 있다. SM과의 협력 소식이 들릴 때마다 투자자들도 덩달아 들썩인다.
최근에는 에스파는 첫 정규 앨범 ‘아마겟돈’의 CD플레이어 버전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투자 커뮤니티에는 “지금 현재 품절대란을 일으키고 있는 에스파의 첫 앨범의 CDP를 드림어스컴퍼니가 제작하고 있다네요. 실사용이 가능한 CDP를 활용하는 마케팅이 유행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등 기대감을 담은 게시글이 올랐다.
드림어스컴퍼니는 'MP3 제조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생활밀착 소형 가전 브랜드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한때 글로벌 MP3 시장의 25%를 차지할 만큼 글로벌 IT기업으로도 성장했다. 그러나 먼저 애플이 음원플랫폼(아이튠즈)까지 결합된 ‘아이팟’을 내놓은 데 이어 스마트폰이 음악재생기 시장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변화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이후 전자책 단말기, 고음질 음악 재생 기기 등으로 재기를 시도했으나 실적 악화를 막지 못해 한 사모펀드(PEF)에 매각됐다가 결국 SK텔레콤에 인수된 것이다.
여전히 제품군 대다수가 오랜 기간 주력상품이던 음향가전이지만 속속 신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로봇청소기 판매를 주력한 데 이어 최근에는 가정용 제습기도 출시했다. 중저가로 판매가를 설정하며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이 밖에도 마우스, 키보드 등 계절적 요인을 타지 않는 액세서리류 제품군까지도 확장 중이다. 일상 전반에 수요가 높은 생활가전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드림어스컴퍼니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632억원, 영업손실 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5%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된 SM엔터가 유통사를 드림어스컴퍼니에서 카카오엔터로 변경한 영향이 컸다. 이에 회사는 타개책으로 오드엔터테인먼트, 컴퍼니수수 등 신생 기획사에 선급투자에 나서면서 독점 유통권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