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가 TV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도록 한 방송법 시행령에 불복해 제기한 헌법소원이 지난 30일 기각되면서, KBS의 재원 급감이 현실화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수신료 분리 징수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43조 2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KBS가 청구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수신료를 분리해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은 지난해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했고, 그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서 시행된 바 있다.
당시 김의철 KBS 사장은 이에 불복, 헌법 소원을 청구하면서 "수신료 분리 고지는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와 혼란을 초래할 것이며, 방송의 자유도 크게 침해한 것"이라는 내용의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했다.
헌법재판소는 "수신료 납부통지 방법을 변경한 게 공영방송의 기능을 위축시킬 만큼 청구인의 재정적 독립에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또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을 단축해 10일로 정하는 등 절차를 위반했다고 제기한 헌법소원도 "권리보호이익이 소멸했다"며 각하 결정했다.
이에 대해 KBS는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연간 6900억원에 이르는 수신료는 지난해 기준 KBS 전체 수입 중 무려 48%를 차지할 만큼 주요한 재원으로, KBS에서도 분리징수를 할 경우 징수율이 크게 줄 뿐만 아니라 징수하는데 드는 비용만도 연간 185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월 수신료 2500원의 2.8%에 해당하는 70원을 분배받는 EBS에도 경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지난해 7월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됐지만, 이직 분리 징수는 현실화하지 못한 상태다. KBS는 지난해 수신기를 보유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 현실적인 절차들로 인해 분리징수의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게다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도 입주자를 대신해 공동주택 관리 주체가 납부할 수 있는 사용료에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가스사용료 등은 포함돼 있으나 TV 수신료는 포함돼 있지 않아 국토교통부가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KBS가 앞으로도 당분간은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준비 보강책을 마련한 후에야 분리징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