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세월호 유가족이 정부를 상대로 “국가가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됐다. 심판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취지에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세월호 유가족 등이 낸 헌법소원 심판에 대해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헌법소원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5명의 찬성에 그쳤다. 헌재는 “권리보호 이익이 소멸했고, 예외적인 심판청구 이익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각하 결정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2014년 12월~2015년 1월께 이번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한 때부터 완전히 침몰하기까지 국민의 생명을 구호할 의무를 가진 정부가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 유가족 등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가족이 주장한 기본권 침해사유가 이미 종료됐다는 이유였다.
원칙상 헌법소원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을 때만 제기할 수 있는데, 헌법소원을 청구할 당시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가 종료됐다면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다. 예외적으로 이러한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다면 청구하는 게 가능하지만, 헌재는 이번 사건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세월호 사건은 2014년 4월 16에 발생했고, 구호조치도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제기되기 전에 종료됐다”며 “이번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었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예외적으로 심판청구 이익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지만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 이유에 대해 헌재는 “대형 사건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국가의 포괄적 의무가 있다는 것은 이미 헌재가 해명한 적이 있고, 구체적인 구호조치의 내용은 이미 법원을 통해 위법성이 판단돼 민·형사적 책임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경우 법적 해명의 필요성을 이유로 한 예외적인 심판청구 이익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부적법하다”고 각하 결정했다.
다만,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정정미 4인의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남겼다.
이들 재판관은 “대형 해난사고에서 국민의 생명권 보호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여부에 관한 헌재의 확립된 결정은 없고,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지적받는 실태와 구체적인 위기상황에 대응할 정부의 책임을 헌법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인 점을 고려할 때 심판청구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세월호 사건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에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희생자들에 대한 생명권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므로 유가족인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