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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8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제44주년 서울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31일 “지구당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극 제왕적 당대표를 강화할 뿐”이라며 정치권 내 지구당 부활 논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원외 정치인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형평성 문제를 알기 때문에 지난 며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며 “그러나 여야가 함께 이룩했던 개혁이 어긋난 방향으로 퇴보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2002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사건(차떼기 사건)을 계기로 지구당 폐지를 통한 정치개혁을 주도한 바 있다. 2004년 지구당의 법적 폐지를 가져온 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일명 ‘오세훈법’이라고 불렸다.
오 시장은 “(오세훈법의) 당초 취지는 ‘돈먹는 하마’라고 불렸던 당 구조를 원내정당 형태로 슬림화해 고비용 정치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보자는 것이었다”며 “미국의 경우 당대표가 없고, 선거기간이 아닐 때는 지역구 활동을 하지 않는 원내정당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당협위원회가 있는 한국과 비교했을 때 미국이 민의 수렴을 못할까”라며 “오히려 그 반대의 평가가 많을 것이다. 미국도 과거에는 지구당과 유사한 ‘정당 머신’이라는 조직이 존재했지만 숱한 부패와 폐해 때문에 지금은 사라졌다”고 했다.
오 시장은 “솔직히 말해 보자. 당대표나 당 조직은 무엇을 위한 존재합니까”라며 “기본적으로 자기 당을 위한 선거 조직이며, 특히 한국에서는 그로 인해 정쟁이 유발되며 격화한다. 국민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처럼 원내대표가 당을 이끌어가며 입법 이슈를 중심으로 정치가 흘러가는 게 이상적”이라며 “그러나 법 개정 후 2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에선 당대표 중심의 구조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또 오 시장은 “과거 지구당은 지역 토호의 온상이었다”며 “지구당 위원장에게 정치 헌금을 많이 한 사람이 지방의원을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고, 그들은 지역 이권에 개입했다”고 했다. 그는 “선거와 공천권을 매개로 지역 토호-지구당 위원장-당대표 사이에 형성되는 정치권의 검은 먹이사슬을 끊어내고자 하는 것이 오세훈법 개혁의 요체였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한국은 공천권을 당대표가 쥐지만, 미국에선 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국민이 공천권을 행사한다”며 “그 때문에 미국 정치인은 당의 실력자가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소신 정치를 할 수 있다. 제가 얼마 전 당대표 선거에서 국민 100% 경선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여야에서 지구당 부활 이슈가 동시에 나온 배경과 관련해 “당대표 선거에서 이기고 당을 일사분란하게 끌고 가려는 욕심이 있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구당을 만들면 당대표가 당을 장악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며 “한국 정치 발전에는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러시아 공산 혁명, 중국 문화대혁명, 통합진보당 사태 등에서 우리가 목도했듯이 극단적 생각을 가진 소수가 상식적인 다수를 지배하는 가장 우려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