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이동해야 겨우 진료”…공보의 빠진 ‘농어촌 의료’ 골병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100일째인 지난달 29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의정 갈등이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의 빈자리를 농어촌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가 채우자 취약 지역의 의료공백이 심화되고 있다. 의정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농어촌 주민들의 불만은 커져가고 있고, 지역 의료 기반 붕괴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3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농어촌 지역은 공보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대부분 보건소 등지에서는 공보의의 공백이 진료시간 단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라남도의 경우 현재 도내 공보의 229명 가운데 37명은 전공의가 이탈한 전국 각지 상급종합병원에 파견된 상태다. 파견 기간이 계속 연장되면서 전라남도는 정부의 추가 파견 요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강원도는 산간 지역이 많은 탓에 순회 진료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고, 충청남도의 경우 보건소 2.4곳 당 1곳 꼴로 공보의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산 지역 역시 마찬가지다. 인구 7500명의 기장군 철마면의 유일한 의사도 공보의인데, 주민들은 의사 공백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철마면 주민 김모 씨는 “시내 병원으로 가려면 버스를 갈아타면서 1시간은 이동해야 한다”라며 “동네에 가 보면 허리가 굽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어르신이 많은데, 그분들이 병원에 간다고 한들 편히 다니실 수 있겠느냐”라고 토로했다.

충청지역 한 보건지소 관계자는 “많을 때는 하루 30명의 환자가 몰린다”라며 “공보의 1명은 매일, 나머지 1명은 다른 지소에서 일주일에 3번 출장을 와서 진료한다”고 말했다.

3월 13일 정부에서 상급종합병원에 파견한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들이 진료를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서 한 의사가 복도를 지나고 있는 모습. 임세준 기자

다만 의정 갈등으로 인해 기존에 열악했던 의료 현실이 부각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라북도의 경우 지난달 공보의 78명이 새로 배치됐지만, 114명이 복무를 마쳐 전체 숫자는 36명이 줄게 됐다.

전라북도 공보의 수는 2021년 373명, 2022년 357명, 지난해 325명, 올해 현재 288명으로 감소세다. 충청남도 역시 올해 공보의 150명이 복무를 마치지만, 신규 전입은 103명에 그쳤다.

수도권인 경기 화성시에서도 비봉·우정·송산보건지소가 공보의 정원 감축으로 의정 갈등 사태와 무관하게 올해부터 진료를 종료하기도 했다. 충북 단양군의회는 최근 공보의 확대 배치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보건복지부 등에 전달하기도 했다.

단양군의회는 “지역의료 기반의 붕괴는 농촌 등 의료취약지역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열악한 지역 의료 현실을 고려해 정부와 국회가 한마음으로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의료취약지 의사 공백 사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더는 사명감에만 기댈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근무 환경, 정주 여건 개선 등 의사들이 농촌에도 머무를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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