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남북 신뢰 회복까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2일 오전 10시 22분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떨어졌다. 사진은 풍선이 떨어져 박살 난 승용차 앞유리창의 모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대통령실은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와 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교란 등 잇단 도발에 대응해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 수순에 돌입했다.

대통령실은 3일 김태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주재로 NSC 실무조정회의를 개최하고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4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NSC 실무조정회의 참석자들은 “최근 북한의 일련의 도발이 우리 국민들에게 실제적인 피해와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미 북한의 사실상 폐기선언에 의해 유명무실화 된 9·19 군사합의가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조치는 우리 법이 규정하는 절차에 따른 정당하고 합법적인 것”이라며 “그동안 9·19 군사합의에 의해 제약받아 온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군사훈련이 가능해지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보다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가능하게 해 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정부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 나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 나갈 것”이라면서 “북한이 도발을 지속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추가적으로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과 NSC 상임위원들에게도 보고됐다.

9·19 군사합의는 국회 비준을 거치지 않아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결심만으로 효력 정지가 가능하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결정은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무더기 살포 이후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데 다른 후속조치라 할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 북한의 거듭된 위반에도 불구하고 일부 조항과 내용에 대해서만 효력정지를 선언한 상태다.

작년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9·19 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관련 조항 효력 정지했으며, 다시 북한이 지난 1월 서북도서 포사격을 실시하자 ‘해상 및 지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해당 내용을 무효화한 바 있다.

국무회의를 통해 9·19 군사합의가 전체 효력 정지된다면 정부는 다음 수순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카드를 빼들 것으로 보인다.

대북 방송 재개는 군의 이동식 확성기 장비를 활용한 방송부터 시작할 전망이다.

군 관계자는 “정부가 각 부처 의견을 종합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한다면 언제든지 방송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고정식 확성기의 경우 설치 등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동식 확성기는 수 시간이면 방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정식 확성기의 경우 최전방 지역 10여 곳에 설치돼 있었는데 2018년 판문점선언 합의에 따라 철거된 이후 창고에 보관중이며, 이동식 확성기 40여대는 부대에서 관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출력 스피커를 이용한 대북 방송은 기상과 풍향, 시간 등에 따라 청취거리가 10~30㎞에 달한다.

북한은 폭정과 인권유린 등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알리고 대중가요를 비롯한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대북 방송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여왔다.

과거 대북 방송에 대해 체제 위협으로 간주해 포격을 시도하는가하면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적도 있다.

특히 북한이 최근 젊은 세대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이에 대한 통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 형편인 만큼 대북 방송 재개를 빌미로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는 북한이 일단 잠정중단을 선언하는 등 상황 변화가 조성된 데다 향후 남북관계에 미치는 군사적 파급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곧바로 판문점선언과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추진할지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탈북민을 중심으로 남측 민간단체는 대북전단을 추가 살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북한이 이를 빌미로 또다시 대남 오물풍선을 날려 보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탈북민들의 전위대’를 표방하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이날 “우리 탈북자들은 행동할 것”이라면서 “인민의 원수 김정은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오물쓰레기를 보냈지만 탈북자들은 2000만 북한동포들에게 진실과 사랑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6일 한국 드라마와 가수 임영웅의 노래 등이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 5000개와 대북 전단 20만 장을 날려 보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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