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최근 잇따라 오물풍선을 살포한 것을두고 "풍선에 생화학무기가 아니라 오물이 들어있어서 북한의 선의에 고맙다고 해야 할 판"이라며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일 북한이 또 대남 오물 풍선을 무더기로 살포하자 페이스북을 통해 "오물풍선은 더러운 오물이 문제가 아니라 다음에는 더한 것도 넣을 수 있다는 협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유 전 의원은 "북이 보유한 비대칭 대량살상무기(WMD)는 핵과 생화학 무기"라며 "이번 풍선은 오물을 넣었기에 망정이지, 다수 인명에 치명적인 생물학무기나 화학무기가 실린 풍선이 대도시 인구밀집지역에 떨어졌다면 방독면 하나 갖고 있지 못한 대다수 국민들은 상상조차 못할 끔찍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리 군의 대응"이라며 "북의 풍선이 휴전선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해했을 때 왜 즉각 격추시키지 못하고 전국 곳곳에 땅에 떨어질 때까지 손놓고 기다려야 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북한이 살포한 대남 오물 풍선. [경북도 제공] |
그러면서 "군은 '격추가 더 위험하다'고 하는데, 그 풍선에 대량살상용 생화학무기가 있었어도 격추하지 않고 땅에 떨어져서 터질 때까지 눈뜨고 보고 있을 생각이었느냐"며 "국방부와 군은 이 풍선이 인구밀집지역까지 접근하기 전에 격추시키는 데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과거 2022년 12월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 용산 일대까지 침투한 사건과 2015년 8월 '목함지뢰 도발' 이후 정부가 '대가를 치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는 "고작 대북확성기를 틀었다"면서, "(이번에도) 대북확성기를 다시 트는 것을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그 풍선 속에 우리 국민의 생명을 노리는 치명적 살상무기가 있다고 전제하고 강력히 방어하는 것이 당연한 군의 대응자세 아니냐"며 "이런 국방이 무슨 국방이냐"고 맹비난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28∼29일 오물 풍선 260여개를 남쪽으로 날린 데 이어 사흘 만인 지난 1~2일 또 오물 풍선을 무더기로 살포해 지금까지 총 900여개가 식별됐다. 이번에 살포한 풍선에도 지난번과 유사하게 담배꽁초, 폐지, 천조각, 비닐 등 오물·쓰레기가 들어있다고 합참은 밝혔다.
군 당국은 위험 물질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만큼 격추 등의 방법보다는 이전과 같이 낙하 후 수거하고 있다. 지금까지 위험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2일 오전 인천 중구 전동 인천기상대 앞에 떨어진 북한 오물 풍선 잔해를 군 장병들이 지뢰 탐지기로 확인하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