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캐즘이라지만…” 2차전지 국내증시 비중 26개월來 최저 [투자360]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이차전지 주요 종목들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년 2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 우려로 실적 부진이 전망되면서 하반기도 난항이 예상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주요 이차전지 종목 10개를 모은 ‘KRX 2차전지 TOP 10’ 지수 시가총액 합은 코스피·코스닥 전체 시총 가운데 7.84%를 차지했다. 국내 증시에서 5.21%를 기록했던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다. 올해만 26% 하락해 전체 테마 지수 33개 중 수익률은 꼴지다.

이차전지 투자심리가 극에 달했던 지난해 7월 15.9%까지 오르며 비중을 불렸다. 당시 10개 종목 시총은 404조원에 달했다. 그러다 지난달 말 시총이 200조원까지 떨어지면서 절반가량 증발했다.

이차전지주 부진 원인으로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실적 부진 우려가 깔려있다. 주요 업체의 1분기 실적은 뒷걸음질 쳤다. 몸집이 가장 큰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에 이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75.2% 하락한 1573억원을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한 67억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주요 종목들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하향 조정됐다.

4월 전기차량은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5% 증가한 122만대다. 중국은 31% 증가, 유럽은 15%, 미국은 10% 증가했다. 미국 다음으로 전기차가 많이 팔리는 유럽에서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약진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업체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20년 68%에서 올해 1분기 52%로 줄었다. 중국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15%에서 42%로 상승했다. 지난해 이차전지 종목 상승을 이끌었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최종안이 발표되면서 상승재료도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업황 우려로 실적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신용등급 강등 소식으로 겹악재를 맞았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달 29일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다음달인 30일 이 지수에 속한 10종목 중 6종목이 모두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수요 부진과 유럽 내 경쟁 심화가 지속되며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및 밸류에이션 팩터는 여전히 불안정하다”면서 “단기적으로는 3분기 제너럴모터스(GM) 등의 신차 출시 앞두고 재고 확충에 따른 트레이딩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추세적 반등을 위해선 미국 전기차 판매 증가율 30%대 회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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