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이스라엘 연립정부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휴전안을 놓고 내분을 겪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극우 정파의 ‘휴전안 수용 불가’ 입장과 다른 보수 정당의 ‘수용 지지’ 압박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표적인 극우 성향 인사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이 공개한 휴전안을 수용할 경우 “모든 힘과 공격을 다해 네타냐후 총리를 축출하겠다”고 위협했다.
네타냐후 연정을 구성하는 5개 당 중 종교적 시온주의를 이끄는 스모트리히 장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개한 휴전안은 위험하다”며 “이스라엘 정부에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이 항복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면 우리는 그 일부가 되지 않을 것이며 실패한 지도부를 새로운 지도부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도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안의 세부 사항을 숨기고 있다며 휴전안을 수용하면 연정을 해산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 대통령이 공개한 무모한 거래 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를 은폐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보수 유대 정당인 토라유대주의연합의 이츠하크 골드노프 이스라엘 건설주택부 장관은 “인질 석방으로 이어질 어떤 휴전안도 지지할 것”이라며 “생명의 가치보다 더 큰 것은 없다”고 휴전안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연정 내 의견 충돌 사이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안 전면 수용이나 거부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패배하고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이 석방되기 전까지 영구적인 휴전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휴전안 수용 가능성을 전면 차단하지는 못했다.
그는 이날 크네세트(의회) 외교·국방위원회에서 전쟁이 “인질 송환을 목적으로 중단될 수 있다”면서 “(인질이 돌아온 뒤) 이스라엘의 목적인 하마스 제거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논의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공개한 휴전안은 전체 내용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한 후속 성명에서 ‘인질 송환’과 ‘하마스 제거’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에 방점을 두고 휴전안의 일부만 공개했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두 가지 전제 조건 모두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안 공개 뒤 연정 내 극우파들이 인질 송환을 위해 하마스 제거를 포기하고 전쟁을 끝내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휴전안은 ▷6주 동안 완전한 정전과 이스라엘군의 모든 인구 밀집 지역 철수 및 일부 인질 교환 ▷모든 생존 인질 교환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를 비롯한 영구적 적대행위 중단 ▷가자지구 재건 시작과 사망한 인질 시신 송환 등 3단계로 구성됐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3단계 휴전안을 밝힌 데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이 휴전안은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 모든 인질 석방, 가자 전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상당하고 일관된 증가, 이스라엘의 안보 이익과 가자지구 민간인 안전을 보장할 지속적인 위기 종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휴전안의 일부 내용만 공개했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에 대해 백악관은 이날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어떠한 차이(gaps)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휴전안은 강도 높은 외교의 결과라며 미국이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 발언 결정을 이스라엘에 알렸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공개 발언이 이스라엘과 협의한 휴전안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확신한다”며 “그래서 이야기할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 측이 진정으로 자국 내 정치 세력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것은 이스라엘의 제안이다. 외무장관도 이것이 그들의 휴전안임을 총리가 시인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