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남북군사합의 5년8개월 만에 휴지장으로

정부는 4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2018년 9월 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19 군사합의 체결 후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문서에 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9·19 남북군사합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정부는 4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고 북한에 통보하면 9·19 군사합의는 효력을 완전 상실한다.

작년 11월 정부가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군사분계선(MDL) 상공 비행금지구역 조항에 대해 일부 효력 정지 조치를 취하자 북한이 반발하며 전면 폐기를 선언한 지 6개월여 만이다.

이로써 2018년 9월 당시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9·19 군사합의는 사실상 휴지장으로 전락했다.

정부가 전체 효력 정지라는 초강수를 빼든 것은 북한이 최근 대남 오물풍선 살포와 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교란 공격 등 잇단 도발을 감행한 상황에서 9·19 군사합의가 군 대비태세에 족쇄로 작용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GPS 전파교란 공격, 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거론한 뒤 “북한의 연이은 도발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크게 위협함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정전협정 위반이자 몰상식하고 저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이 우리 국민들에게 실제적인 피해와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미 북한의 사실상 파기선언에 의해 유명무실화된 9·19 군사합의가 우리 군의 대비태세에 많은 문제점을 초래하고 있다”며 “남북한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부의 효력을 정지하는 방안을 추진코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군사분계선(MDL) 일대 군사훈련이 가능해지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보다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적대행위 전면 중지, 육상 및 해상 완충구역 내 포사격 및 기동훈련 금지와 함께 9·19 군사합의에 명시된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소초(GP) 철수,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도 효력을 잃는다.

군은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 여부 등 상황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전방 훈련과 사격 실시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는 군의 MDL 일대를 비롯한 최전방 군사훈련과 대북 심리전의 핵심 수단인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대북압박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대북 확성기 방송은 판문점선언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 그리고 9·19 군사합의 등과 연관된다.

판문점선언은 MDL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 적대 행위 중지와 수단 철폐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판문점선언의 경우 국회 비준동의는 물론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정치적 선언인 만큼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남북관계발전법은 MDL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금지하면서 벌칙 조항까지 두고 있지만 남북간 합의 효력이 정지됐을 때는 예외로 두고 있다.

결국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로써 대북 확성기 방송과 군 전방훈련 재개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한 총리는 “이러한 조치는 우리 법이 규정하는 절차에 따른 합법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우방국과 긴밀히 공조해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는 한편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나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면서 “북한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모든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남북 공동 번영의 길로 나오기를 거듭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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