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성폭행’ 가해자 공개되자 ‘해고·휴업’ 파장…‘사적 제재’ 논란 속 ‘44명 추가 공개’ 여부 주목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A씨(왼쪽)과 C씨.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지난 2004년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 한 유튜버의 가해자들 근황 공개로 재조명되고 있다. 현재까지 가해자 2명의 정보를 공개한 이 유튜버는 가해자 상당수의 정보를 갖고 있다며 추가 폭로를 시사해, 사적 제재 논란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가해학생은 총 44명인데, 단 한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사건의 가해자 근황 공개는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에 ‘밀양 성폭행 사건 주동자 ○○○, 넌 내가 못 찾을 줄 알았나 봐?’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영상에서는 사건 주동자인 30대 남성 A씨가 청도군 식당에서 일하고 있으며, 백종원이 이 식당을 맛집으로 소개한 사실이 공개됐다. 유튜버는 “이 식당이 맛집으로 알려져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해당 가게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이라고 꼬리 자르기 한다. 주동자는 현재 돈 걱정 없이 딸을 키우고 있다더라”고 했다.

A씨는 자신에 관한 신상을 공개한 영상을 ‘개인 정보 침해’ 등의 사유로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해당 식당 리뷰에는 별점 1개가 잇따라 달리는 ‘리뷰 테러’가 이어졌고, 식당 관계자는 “아버지가 A씨를 고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지 않나”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여기에다 해당 식당이 불법건축물에서 영업해온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청도읍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 식당은 휴업 상태에 들어갔으며 외부 안내문에는 “2024년 6월3일부로 가게 확장 이전을 위해 당분간 휴업한다”고 공지했다.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한공주’ 포스터.

두번째로는 사건 당시 가해 학생 미니홈피 방명록에서 가해자들을 두둔하는 글을 올린 현직경찰 B경장이 재조명됐다. B씨는 2010년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지금까지 경남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경찰이 된 이후에도 2012년 사과문을 낸 바 있다. 경찰이 된 이후 이름을 바꾸고 가정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2일 B씨가 근무하는 경남의 한 경찰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항의글이 다수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B씨의 과거 행적을 비판하며 경찰서의 대응을 요구했다.

세번째로 나락보관소는 지난 3일 또 다른 가해자로 추정되는 30대 남성 C씨의 신상과 근황을 공개했다. 영상에 따르면, C씨는 경남 김해의 한 외제차 전시장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외제차 3대를 보유하고 주말에는 골프를 즐기는 등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 C씨는 인스타그램에 중년 여성의 사진과 함께 “사랑하는 우리 어무이, 내가 평생 행복하게 해드릴게”라고 적기도 했다.

유튜버가 공개한 C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바로 사라졌지만, 네티즌들은 C씨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찾아내 비난 댓글을 올렸다.

결국 C씨가 근무하는 외제차 전시장은 네티즌의 항의에 영상 공개 하루 만인 4일 “해당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지해 해당자를 해고 조치했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C씨는 현재 연락두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이 유튜버는 추가 공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 네티즌이 댓글로 “가해자 44명 전부 자료수집 다 해놓고 영상 업로드 시작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머지들은 다 흔적 지우고 잠수 탈 듯”이라고 질문하자, 이 유튜버는 “다 있어요”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적 제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상공개 자체가 불법인데다 혹시 엉뚱한 사람이 지목돼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이 경찰에 붙잡혀 온 모습. [JTBC 보도화면 캡처]

한편,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지난 2004년 1월 발생했다. 당시 울산의 한 중학교에 재학중이던 D양은 인터넷에서 알게 된 고교생 박모 군을 만나러 밀양에 갔다가 박군의 선·후배 고교생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박군은 D양을 유인해 쇠파이프로 내리쳐 기절 시킨 후 12명과 함께 성폭행했다. 또 그 모습을 캠코더와 휴대전화로 촬영해 협박했다. 1년 간 이어진 범행에 가담한 밀양 고교생은 무려 44명에 달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D양의 어머니는 2004년 11월 25일 경찰에 사건을 신고했지만, 경찰은 언론에 사건 경위와 피해자의 신원을 그대로 노출했다. 더욱이 경찰은 대면조사에서도 D양에게 “먼저 꼬리 친 것 아니냐”, “밀양 물을 다 흐려 놓았다” 등의 폭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D양은 사건 이후 신상이 노출돼 서울로 전학하고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가족들이 합의를 강권해 결국 가해자에게 합의서와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써줘야만 했다.

결국 집단성폭행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된 가해 학생 44명 중 단 1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

당시 검찰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10명만 기소했고, 20명은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으로 전과가 기록되지 않는 소년부에 송치했다. 또 13명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권이 없다며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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