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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은행들이 부실 위험이 높은 상업용 부동산을 적극적으로 정리하고 있다.특히 공실률이 높은 오피스 부동산은 손실을 무릅쓰고서라도 가격을 대폭 인하에 리스팅에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상업용 부동산 정보업체 커머셜 옵저버에 따르면 캐나디언 임페리얼 뱅크 오브 커머스의 경우 텍사스주 오스틴, 워싱턴주 시애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일대에 보유한 오피스 빌딩 대출을 한데 묶어 총 3억 1600만달러에 매각했다. 이는 매입 당시 가격 대비 수천만달러 이상 낮춘 가격으로 알려진다.
리알토 캐피털, 캐나다 펜션 플랜 보드 등 기관투자자들은 상업용 부동산 상당수를 모건 스탠리에 평가 가치보다 크게 낮춘 7억달러에 매각할 예정이다.
자산 관리 업체 블랙스톤 또한 독일 판드브리프 뱅크로부터 미국 일대에 산재한 오피스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10억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다.
인터베스트 캐피널 파트너스의 마이클 곤차 CEO는 “지난해까지만해도 셀러와 바이어간에 빌딩의 가치를 두고 불화가 잦았는데 올해는 대다수의 셀러들이 손실을 보더라도 매물을 빨리 정리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피스 부동산의 공실 비율이 미국 전체 평균 2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LA와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의 경우 공실 비율이 더욱 높은데 은행들은 재융자가 어려워 부실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출을 갖고 있는 것이 이를 인하된 가격에 처리하는 것 보다 더 큰 손실을 가져온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거둬들이는 소득을 페이먼트로 나눈 비율이 최소 1.25는 돼야 이익이라고 계산한다.
하지만 연준이 기준 금리를 대폭 인상한 후 올해 3월 현재 미국내 주요 마켓 91개 중 이 손익분기율(1.25)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뉴욕 맨해튼(1.05)과 시카고 (0.9), 오클라호마 시티(0.89)등 13곳이나 된다.
남가주 한인은행의 대출 담당자들에 따르면 수년 전 건물 구매 당시 3~4%였던 금리가 기준 금리 인상에 따라 만기 후 7.5%이상으로 인상된 상황에서 공실률까지 치솟으니 건물주와 은행이 이를 통해 수익을 만드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1분기 기준 은행들이 이를 대비해 쌓은 대손충당금 비율이 약 247억달러로 팬데믹은 물론 지난 2010년 이후 최고치에 이르렀다.
위험 부담을 안고 가기 보다는 다른 은행이나 자산 관리업체에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2% 정도되는 비용(FEE)를 받고 정리할 수 있다면 생각보다 손실이 줄어든다는 게 은행 대출담당부서의 설명이다.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