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영일만 바다 전경. 정부는 이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합] |
가스와 석유가 대량 매장돼있을것으로 추정되는 동해 심해 시추 탐사가 오는 12월부터 4개월간 처음으로 진행된다. 동해 영일만 인근 해역 중에서도 자원이 유력하게 매장돼 있을것으로 추정되는 ‘대왕고래’라고 이름붙인 지역부터 탐사 시추에 나설 예정이다.
5일 정부정보공개사이트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지난달 30일 ‘국내 8/6-1 광구 북부지역 대왕고래-1 탐사시추를 위한 시추작업 현장감독(Supervisors) 용역 입찰 및 계약의뢰’를 정보공개사이트에 게재했다.
시추 감독관은 총 3명으로 일일 시추작업 협의와 작업보고서 작성·보고를 담당한다. 또 시추 기자재 보급업무를 담당하는 감독관 1명도 선정한다. 감독관 입찰 예산은 72만6341달러(약 9억9653만원)로 입찰에는 글로벌 탐사 시추 전문기업 3곳이 참여했다. 참여사는 노르웨이 AGR, 영국 SPD, 호주 AWT 등이다.
또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해역에 설치될 시추 플랫폼에 시추 인력과 긴급 기자재를 투입할 헬기 운영사도 선정한다. 김해공항에서 대왕고래 시추선까지 정기 운항하고 필요하면 응급환자도 수송한다. 또 시추 탐사를 위한 무인잠수정(ROV) 입찰도 추진 중이다. ROV는 장거리 케이블로 연결되는 무인 수중 로봇이다. 심해 석유 탐사 시추를 비롯해 시추 시설이 고장 났을 때 사람을 대신해 투입된다. ROV는 다양한 센서, 카메라 및 로봇팔이 달려 있어 모니터링, 수리, 용접, 샘플 채취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미 석유공사는 지난달 초 세계적인 해양 시추업체로 꼽히는 노르웨이 ‘시드릴’과 ‘웨스트 카펠라’라는 명칭의 시추선 사용 계약을 맺었다. 웨스트 카펠라는 삼성중공업이 지난 2008년 건조한 선박이다. 웨스트 카펠라는 한국에서 약 40일간 머물며 시추 계약을 이행할 예정이다. 계약 규모는 3200만달러이며, 오는 12월부터 발효된다. 시드릴은 이 같은 내용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하루당 용선료(배 사용 비용)는 6억5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해저에 석유와 가스가 있을 가능성을 일차적으로 알아보는 물리 탐사 과정을 통해 경북 포항 영일만에서 38∼100㎞ 떨어진 넓은 범위의 해역에 가스와 석유가 대량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예상 매장 자원은 가스가 75%, 석유가 25%다. 이에 따라 실제 대량의 자원이 발견된다면 석유보다는 가스의 비중이 훨씬 높은 가스전의 형태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한국이 얕은 동해 대륙붕에서 개발했던 소규모 동해 가스전과 달리 이번에는 수면으로부터 1㎞ 이상 깊이 심해에 있는 유전을 개발해야 해 한번 탐사 시추공을 꽂을 때 1000억원의 큰 비용이 들어간다.
정부는 해외 전문기관으로부터 이번 탐사 시추 성공 가능성이 20% 정도 된다는 결과를 받았다. 5차례 탐사 시추공을 꽂으면 석유를 한 번 발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성공 확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렇지만 개발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는 최대한 기존의 물리 탐사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후보지를 선정한 뒤 탐사를 효율적, 경제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미국의 액트지오(Act-Geo)사로부터 받은 물리 탐사 분석 결과에다 추가로 국내외 업체와 민간 전문가 위원회를 통한 검증을 거쳐 최우선 개발 후보 해역인 ‘대왕고래’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공사는 가스전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추정되는 7개 해역을 정해 각각 해양 생물의 이름을 붙였다. 대왕고래는 이 중 가스와 석유가 가장 많이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우선 시추 후보 해역이다. 다른 곳에는 ‘오징어’, ‘명태’ 등의 이름을 붙였다.
탐사 시추가 이뤄지면 석유·가스의 실제 부존 여부와 부존량이 일차적으로 파악될 수 있기 때문에 ‘대왕고래’ 프로젝트 성공 여부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 심해 유전·가스전의 경우 개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충분한 자원 매장량 확보가 개발 경제성을 판가름하는 중요 지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