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스톱 사태를 이끈 미국 개인투자자 ‘키스 길’[AP] |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5월은 기업 실적과 상관없이 입소문을 탄 유행성 종목에 투자하는 열풍이 한바탕 휩쓸었다. 보름새 380% 폭등한 이른바 ‘밈 주식(유행성 주식)’인 미국 게임 소매사 게임스탑을 순매수한 규모만 600억원이 넘는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5월 해외주식 순매수 종목 13위는 게임스탑이 차지했다. 한 달 간 사들인 금액은 4498만달러(616억원)어치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GE베르노바(GE Vernova·3136만달러), 반도체기업 퀄컴(2739만달러)을 앞지른 규모다. 게임스탑은 직전 4월달까지만해도 순매수 상위 50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달 초까지만해도 10달러 초반을 유지하던 게임스탑 주가는 지난달 14일 48달러까지 오르며 단기간에 380%가량 폭등했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자 이후 일주일 간(5월20~24일) 서학개미는 게임스탑을 3572만달러어치 순매수하면서 전체 주간 순매수 종목 1위를 기록했다. 다만 이 기간에 주가는 23달러에서 19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로부터 일주일 간 매수세는 415만달러대로 후퇴하며 열풍도 사그라들었다.
게임스탑은 별다를 특이점이 없는 비디오게임 소매업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52억달러, 영업이익은 –3450만달러가 예상된다. 주가 호재가 없는 이 기업이 주식 시장 타깃이 된 건 지난 2021년 공매도 세력과 대결을 벌였던 미국 개인투자자인 ‘키스 길’이 3년만에 활동을 재개하면서다.
길은 2021년 당시 기관 투자가들이 게임스톱 주가가 펀더멘털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판단 해 공매도하자, 개인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수를 추천하며 ‘개미의 난’을 주도한 인물이다. 거래 물량이 많지 않은 게임 스톱 주가가 올랐고, 숏커버(공매도 상환)를 위해 다시 기관 투자가들이 물량을 확보하면서 주가는 폭등했다. 한때 주가는 장중 120달러까시 치솟았다. 길이 활동을 암시하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자 다시금 매수세가 몰린 것이다. 게임스탑은 경제 연구가들 사이에 투자자의 비이성적이고 예측불허 특성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로 꼽힌다.
길이 이달 초 공개한 게시물에 따르면 현재 1억 1570만 달러 상당의 게임스탑 주식을 보유중이다. 해당 주식의 평균 매입가는 21.27달러이다. 오는 21일에 만료되는 12만개의 콜 옵션도 보유중이다. 이는 20달러에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나타내며 옵션 가치는 6570만 달러다. 다만 길의 주가 조작 가능성 우려가 커지면서 모건스탠리 소속 온라인 증권사 이트레이드는 길의 주식 거래 중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이 주식을 미리 매집한 뒤 SNS를 이용해 주가를 급등하게 했다는 판단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길의 콜옵션 거래 조작 여부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