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다니 그룹 본사사옥 [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친기업 성향인 인도 집권당이 이번 총선에서 출구조사 예측과 달리 단독 과반 지위 확보를 못하자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밀접한 관계인 아다니 그룹의 주가가 출렁였다. 다만 인도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여전한 만큼 이번 조정이 인도 투자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인도국민당(BJP)이 이번 총선에서 단독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도 억만장자 가우탐 아다니 회장이 소유한 아다니 그룹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고 전했다.
아다니 그룹은 에너지와 교통인프라, 식품 사업 등을 영위하는 초거대 기업이다. 이날 아다니 항구 및 경제특구 주식회사와 아다니 에너지 솔루션의 주가는 각각 21%와 20% 폭락했고 주력기업인 아다니 엔터프라이즈도 19% 하락했다. 인도 니프티50 지수는 이날 5.9% 하락하면서 4년여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가우탐 아다니 아다니그룹 회장 [로이터] |
블룸버그가 집계한 아다니그룹 내 10개 종목의 시총은 이날 22% 빠져 약 450억달러(61조8750억원) 증발했다. 총선이 끝난 이틀 전 모디 총리 3연임이 유력해지며 주가가 급등해 시총이 200억달러(27조5000억원) 늘었지만 예상 밖 총선 결과로 상승폭의 2배가 넘는 시총이 사라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다니 그룹의 시총은 250억달러(34조3750억원) 가량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아다니 그룹의 시총 하락폭은 세계 주식시장에서 시총 변동폭으로는 사상 네번째 규모며 아시아 억만장자로는 사상 최대”라고 전했다.
총선 결과에 주가가 대폭 조정을 받은 것은 아다니 그룹이 모디 정부의 경제 정책 수혜 기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와 아다니 회장은 같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출신으로 강한 친밀감을 과시해 왔다.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인도 최대 석탄 수입업체인 아다니그린에너지(AGEL)가 인도 서부에 세계 최대 규모 친환경에너지 단지를 조성하는 등 아다니그룹은 국가 대형 인프라 사업을 수주하며 급성장했다. 모디 정권과의 밀착이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룸버그는 “아다니 회장의 측근은 선거 초기 결과에 대해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리지 말고 새 연방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침묵을 지칠 것을 아다니 회장에게 조언했다”고 전했다.
아다니 그룹을 포함한 인도 증시가 이번 총선 결과로 폭락했지만 오히려 매력적인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아미사 샤 투자전략담당자는 “야구 경기로 치면 현재 인도는 9회 중 3회를 치르고 있을 뿐”이라며 “인도 소비의 주역이 될 MZ세대가 5억 명에 이르는 등 강력한 인도 내수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TS롬바르드 인도의 슈미타 데베시와르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정치적 혼란에 따른 잡음은 있겠지만 인도의 중기적 성장 흐름이 훼손된 것을 아니다”며 “지금이 인도 투자의 적기”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