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잠룡들 모이는 외통위 지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2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회로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를 지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교섭단체인 혁신당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이 지망대로 이뤄지게 되면, 현재 외통위로 배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 대표가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하게 될 가능성도 생긴다.

이에 이 대표와 조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대일·대북 정책에 대해 ‘공조’에 나설지 주목된다.

5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조 대표는 이번 상임위 배정을 위한 지망 상임위 중 하나로 외통위를 택했다. 지난달 30일 상임위 배정을 마친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가 외통위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1대 국회 당시 국방위원회 소속이었던 이 대표는 당초 상임위 지망 서류를 ‘빈칸’으로 제출했지만, 이 대표 주변에선 “외교 관련 주요 사안이 많은 만큼 이 대표가 외통위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법상 원내교섭단체의 상임위 배정은 소속 의원 비율에 따라 이뤄진다. 비교섭단체의 경우, 국회의장이 상임위원을 선임한다. 비교섭단체인 혁신당은 결국 국회의장과 원내 1당인 민주당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외통위는 국방위와 함께 전통적으로 중진 혹은 당 대표급 의원들이 모이는 상임위로 흔히 ‘원로원’이라 불린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 들도 보통 외통위나 국방위원회를 지망한다.

국토교통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에서 맡는 경제·지역 개발 문제가 아닌 국제·국가적인 어젠다를 다룰 수 있어, ‘공부하러 가는 상임위’로 불리기도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19대 국회에서 국방위원으로 활동했다.

대권 주자 야당 수장 두 명이 한 상임위에서 활동한 것은 1988년 13대 국회 때도 있었다. 국회 회의록과 김대중 도서관 김대중 연보 등에 따르면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인 13대 국회 당시 외통위에서 함께 지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제1야당인 평화민주당의 총재였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제2야당인 통일민주당의 총재였다. 김대중 당시 총재는 1988년 6월 16일 13대 국회 상임위 배정과 관련해, 당초 국방위를 검토했지만 김영삼·김종필 등 두 야당 총재가 외통위를 선택한 점과 주위의 조언을 받아들여 외통위로 상임위를 결정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언론사 카메라가 김대중 전 대통령 쪽을 향할 때 비서진을 불러 귓속말을 주고받는 장면을 연출해 시선을 다시 돌린 것은 정치권에선 이미 유명한 일화다. 이 대표와 조 대표가 한 상임위에 배정된다면, 두 야당 수장의 공조 외에 이 같은 경쟁 구도도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조 대표 외에도 혁신당 내 외통위를 지원한 이는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의원도 있다. 만약 두 사람 모두 외통위를 가게 된다면, 김 의원은 외교에 조 대표는 대북 관계에 집중하는 ‘투트랙’도 가능하다.

하지만 앞서 이해민 혁신당 의원이 발의한 일본 라인 사태와 관련 외교 국정조사 촉구 결의안에 조 대표를 포함한 혁신당 의원 전원이 동참한 만큼, 조 대표는 외통위 활동을 하며 정부의 대일 외교와 관련한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 대표가 제정 과정 전반에 참여한 혁신당 강령에는 ‘우리는 평화공존의 남북관계를 확립하고, 분단극복과 평화번영을 위해 행동한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을 제거하고,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주도하는 외교·안보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행동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상현·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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