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쾨켄호프(Keukenhof)에서는 매년 3~5월 세계적인 꽃 축제가 열린다. 32만㎡의 대지에 펼쳐진 꽃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튤립 종류만 800여 종으로, 장미와 수선화 등 1600여 종의 꽃이 전시된다. 쾨켄호프 축제는 네덜란드 화훼 시장을 대표하는 거대한 박람회장이다. 축제를 찾는 관람객만 140만 명으로, 전 세계 100개국에서 쾨켄호프 축제를 찾는다. 전국의 화훼농가가 축제에 참여하고, 구역마다 팻말에 업체명과 QR코드를 새겨놔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바이어들에게 판매한다.
화훼 강국인 네덜란드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서 꽃을 자주 소비한다. 한 해 1인당 화훼소비액이 11만 원으로, 1만 2000원인 우리나라의 10배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꽃을 돈 주고 사는 것이 아깝다’라는 인식이 높지만, 꽃이 우리의 삶과 국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은 매우 크다.
먼저 건강에 도움이 된다. 꽃에는 사람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연구 결과, 꽃과 채소 가꾸기를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28% 줄고, 안정감을 나타내는 뇌파 지표가 4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와 신체에 모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가 인정받아 꽃과 식물을 돌보며 몸과 마음을 돌보는 분야에 ‘치유농업’이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정부에서는 2020년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원예를 비롯한 농업의 치유적 기능을 인정하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화훼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쾨켄호프 꽃 축제는 연간 3억 5천만 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5200억 원의 경제효과를 낸다. 꽃 전시회가 열리는 리세(Lisse) 지역을 비롯해 네덜란드 전역의 박물관과 숙박업소, 여행업체가 꽃 축제의 덕을 본다. 오는 9월 발표 예정인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유치에 울산시가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정원박람회를 울산시가 유치할 경우, 3조 5,000억 원의 경제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화훼산업은 수출 품목 확대로 새로운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최근 한류 열풍으로 한국식 꽃다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 한국 플로리스트들의 디자인이나 색상 배합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관련 플라워 클래스의 인기가 많다. 일본에 한정적인 화훼 수출 판로를 신시장으로 확대해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꽃에는 우주의 질서가 담겨있어 삶의 지혜를 준다. 장미와 튤립, 수국과 작약. 어떤 꽃이 가장 예쁘다고 할 수 있는가. 장미는 장미대로, 튤립은 튤립대로, 꽃은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를 내며 전체의 조화를 이룬다. 영국 레가툼 연구소가 발표하는 세계번영지수(2023)에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지수는 전체 167개국 중 107위, 특히 사회적 관계 항목에서 최하위 수준인 162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협업이 되지 않는 사회상을 보여준다. 꽃이 벌과 나비의 도움으로 활짝 피는 것처럼,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도와줄 때 우리의 미래도 활짝 피울 수 있다. 꽃을 가까이해보자. 건강도 지키고, 화훼산업도 활성화하고,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