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구.경북 통합 논의 관계기관 간담회에 참석한 이상민(오른쪽 두 번째) 행안부 장관의 인사말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이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연합]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4일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통합 추진을 위한 4자 회동에서 통합 목표 시점을 2026년 7월 1일로 제시하고 범정부 지원에 나서기로 하면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이날 회동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 모두 대구·경북 통합에 크게 공감했다.
또 이번 대구·경북 통합이 수도권 일극 체제를 ‘다극 체제’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대구·경북 통합이 목표대로 결실을 본다면 1995년 민선자치제 출범 이후 광역자치단체 간 첫 통합으로 기록된다.
인구감소 대응과 지역 균형발전 등을 위해 행정구역 개편을 적극 모색해온 여타 지방자치단체들의 통합 행보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0일 홍준표 시장이 페이스북 게시글 등을 통해 대구·경북 통합 구상을 밝힌 지 불과 2주 만에 통합 작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됐다.
홍준표 시장과 이철우 도지사가 통합이라는 큰 그림에 이미 의견을 모은 데다, 미래지향적 행정구역 개편을 준비해온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두 광역단체의 통합 작업이 초반부터 속도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시와 경북도 두 단체장은 통합의 기본 방향으로 두 광역단체의 '합의에 기초한 통합'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연말까지 대구·경북의 500만 시·도민이 공감하는 통합 방안을 마련하고, 시·도의회 의결을 통해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통합 자치단체의 미래상도 연내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이런 안을 토대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통합지원단’을 구성해 정부 차원의 '대구·경북 통합 지원방안'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통합과정에 들어가는 직·간접적 비용을 지원하기로 한 만큼 두 광역단체는 재정적인 부담도 덜게 됐다.
아울러 행·재정적 특례 부여 방안도 검토하기로 하면서 통합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처음 열린 4자 회동에서는 향후 대구·경북 행정통합 실무단에서 행정통합을 위한 합의안을 마련하는 대로 두 번째 간담회를 열어 추가 논의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통합 추진은 단순히 대구·경북 지역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지방행정 체제 개편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대형 이슈다.
정부는 이미 민선 자치 30주년을 맞아 지역소멸, 인구 감소 등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고자 행정체제 개편 방향을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는 ‘미래지향적 행정 체제 개편 자문위원회’를 지난달 출범했다.
미래위는 지자체 간 통합, 관할구역 변경, 특별지자체 활성화, 지역별 특수성에 부합하는 행정체제 설계, 생활인구 개념 도입, 광역-기초 계층구조의 타당성 등을 논의해 행정체제의 큰 틀을 새로 짜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다만, 대구·경북 통합, 경기북도 분도, 김포시 서울 편입 등 다양한 현안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중에서도 대구·경북 통합은 원활히 추진된다면 홍준표 대구시장이 주장한 대로 “지방행정조직 대혁신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홍준표 시장은 “도를 없애고 광역시와 국가가 바로 연결되는 2단계 행정체계가 되면 중복 기능 기관들도 통폐합되고 행정체계도 단순화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며 “대구, 경북에서 출발하는 행정 체제 개편 작업은 타 시도에서도 참고가 될 것이고, 대한민국 전체 행정체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2단계 행정체계’는 서울특별시처럼 행안부 통제를 받지 않고 총리실의 지휘만 받는 체계다. 현재 한국은 기초-광역-국가의 3단계 행정체계가 기본이나, 대구·경북 통합으로 2단계 행정체계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면 새로운 행정체계로 넘어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중앙정부 또한 대구·경북 통합처럼 처음 추진되는 광역지자체 차원의 통합이 행정 체제 개편의 선도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행안부가 밝힌 대로 ‘범정부 통합지원단’을 구성하고, 통합의 직·간접적 비용을 지원하는 데 더해 행·재정적 특례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현재 ‘폐치분합’(廢置分合, 폐지·존치·분할·합병)을 추진하는 다른 지자체들의 논의도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