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구불구불하고 좁은 에도시대 갱도와 달리 비교적 넓게 매끈하게 뚫려 있다. 사도광산에는 2천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일제에 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역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8일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에 대해 ‘보류’(Refer) 권고를 내렸다.
8일 공개된 평가 보고서에서 이코모스는 “기계화가 확산되던 시기에 비기계화 채굴 및 가공 기술의 지속성과 완벽함을 증명하는 경관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에도시대 이후에도 기계화를 통해 20세기 후반까지 채굴 작업이 계속되었으며, 등재 지역과 일부 구역에는 후기 단계의 채굴 관련 입석 구조물도 남아있다”며 “이들은 아이카와 지역의 일부 한정된 지역에 국한되어 있고 대부분 에도시대 광산 유적을 침범하지 않았지만, 아이카와-가미마치 마을에 있는 에도시대 이후 광산 관련 입석 시설의 상당수는 도쿠가와 막부(또는 에도) 시대의 광산 기술과 사회문화 시스템을 뚜렷하게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등재유산의 완전성과 진정성 조건을 약화시킨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이코모스는 이 구역을 유산에서 제외하고 완충구역에 넣어야만 완전성과 진정성 조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코모스가 보완하라고 요구한 3가지는 유산 경계획정과 완충지대 설정, 상업적 채굴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이코모스는 “등재 신청의 대상이 아닌 에도시대 이후 채굴의 증거가 많이 남아있는 아이카와-가미마치 마을 지역을 제외해 등재 유산 경계를 수정하라”며 “아이카와쓰루시 금은광산 구성 요소 부분의 완충 구역을 연안으로 확장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광업권 소유자가 지정 재산의 토지와 완충지대에서 상업적 채굴을 재가동하지 않겠다는 명시적인 약속을 하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제기해 온 ‘전체 역사를 기술하라’는 부분과 관련해 이코모스는 “광산 착취에 대한 발표와 해석은 에도시대와 에도시대 이후의 광산 활동에 대한 명확성과 이해를 제공해야 한다”며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프레젠테이션과 해선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해설과 시설을 배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광산 개발 기간에 걸친 지정 유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국제, 국내 및 지역 청중을 대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코모스는 ‘부대 권고’를 통해 “광산 개발의 모든 기간에 걸쳐 지정 유산의 전체 역사를 현장 수준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해석 및 전시 전략과 시설을 개발하라”고 했다.
문제는 2015년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군함도(하시마) 탄광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한 일본이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아 약속 불이행이라는 지적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례가 있는 일본이 또다시 사도광산을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의도적으로 강제노역 사실을 감추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러한 전례가 있는 일본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을 전적으로 신뢰해서 이번에도 일본이 약속을 이행할 거라고 막연하게 믿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이) 하시마 탄광에 대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 다른 회원국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일본이 약속을 안 지킨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권고사항을 제대로 지킬 방안을 강구하자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 말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21개 위원국이 최종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21개 위원국 중 ‘기권’을 선언한 국가를 제외하고, 투표 참여 국가 중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등재를 결정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관례적으로 컨센서스(만장일치)로 결정한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입장을 충실하게 반영하지 않는다면 반대 의사를 밝혀 ‘컨센서스’를 막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반대할지 여부는 일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