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대만 국회 ‘총통 견제법’ 충돌…장외 여론전으로 확대

대만 의회.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총통 견제법’을 둘러싼 대만 정치권내 갈등이 의회 공간을 넘어 ‘장외 여론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일 연합보와 자유시보 등 대만 매체들에 따르면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오는 14일 ‘푸른 새 대만 전역을 날다’(靑鳥全台飛) 선전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첫 캠페인은 푸쿤치 국민당 원내총소집인(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만 동부 화롄(花蓮)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민진당 측은 이번 장외 선전전이 ‘권력 남용 반대·민주 수호’를 구호로 6월 14일부터 7월 16일까지 제1차 화롄, 제2차 대만 북부 신베이(新北), 제3차 수도 타이베이(臺北)에서 각각 이어질 것이며, 전국 현·시당에서 이달 말까지 최소 한 차례 이상 설명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페인은 향촌 지역에서도 개최된다.

민진당이 장외 여론전을 펼치는 배경에는 수적 열쇠로 의회 내 입법 싸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 있다. 민진당은 지난 1월 선거에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음에도 원내 제1당 지위를 국민당에 내줬다.

대만 입법원은 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이 각각 52석과 8석, 여당 민진당은 51석을 확보해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상태다. 국민당은 ‘캐스팅보트’ 제3당 민중당과 연대해 과반을 형성한 뒤 집권 민진당을 압박하고 있다.

여야간 대립이 가장 극명하게 표출된 사례는 지난달 28일 재적 103명 중 58명의 찬성으로 통과한 의회개혁법(일명 총통견제법)이다. 이는 민진당이 장외 여론전에 들어가는 직접적 발단이 됐다.

제1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이 주도한 이 법안은 입법원과 입법위원(의원)의 권한을 확대하고 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은 선택사항이던 총통의 의회 국정연설을 의무화하고 총통이 의원 질문에 답변토록 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통해 정부에 대한 의회의 감독권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의원에게 기밀문서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거나 공무원·민간인을 공청회에 소환할 수 있게 하는 등 입법원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국방비 등 예산 통제권도 커졌다.

민진당은 법안의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며 저지에 나섰고 지난달 17일엔 의회 절차 중 ‘육탄전’까지 벌였지만 결국 통과를 막지 못했다.

린유창 민진당 비서장(사무총장)은 이번 캠페인에 대해 “일련의 활동은 전체 대만 민중이 국회에서 최근 발생한 사건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모든 인민은 입법원(국회)에서 이런 수정안이 통과되는 것이 인민의 권익과 국가 체제의 효과적 운영에 영향을 줄 것인지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맞선 국민당은 15일 라이칭더 총통의 고향인 타이난에서 민진당에 대응한 맞불 여론전을 예고했다. 15일 타이난을 시작으로 모든 도시에서 설명회를 개최해 의회 개혁의 당위성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리옌수 국민당 문화전파위원회(홍보위원회) 주임위원은 “국회 개혁에 대한 민진당의 악의적인 왜곡과 지속적인 사회 대립 유발에 맞선 국민당은 유언비어를 물리치는 것이 유언비어를 만드는 속도를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미 입법원을 통과한 ‘총통 견제법’을 놓고 여야 장외 여론전이 벌어지는 상황은 향후 입법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 구도와 맞물려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입법원 개원 후 거의 모든 표결에서 국민당-민중당 연대에 패하고 있는 민진당으로선 국정 동력이 정권 초반부터 약화하는 것을 벗어나고자 하고, 야권은 기선제압 분위기를 이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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