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가 9일(현지시간) 전시 각료 사임을 선언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적으로 꼽히는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가 9일(현지시간) 전시 각료 사임을 선언했다. 간츠 대표의 사임에도 이스라엘 연립정부는 유지되지만 간츠 대표가 이끌던 중도 성향의 정당이 전시내각을 탈퇴하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강경파에 더욱 의존하게 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과 CNN에 따르면 간츠 대표는 9일(현지시간)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가 진정한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네타냐후가 막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비상 정부를 무거운 마음으로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서도 그는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조기 총선 일정을 정하라고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간츠 대표에게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금은 전선을 버릴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혀온 간츠 대표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되자 국민통합을 지지한다며 전시 내각에 참여해 각료로 활동해 왔다.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뚜렷한 전후 계획을 내놓지 않고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고 비판하며 종종 반기를 들었다.
그는 지난달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전후 계획을 이달 8일까지 수립하지 않으면 전시내각에서 탈퇴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이에 따라 간츠는 8일 전시내각 탈퇴를 발표하려 했으나 이스라엘군이 인질 4명을 가자지구에서 구출하면서 발표 일정을 하루 미뤘다.
간츠 대표의 사임에도 이스라엘 연립정부는 유지된다.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리쿠르드당 등 5개 정당은 의회 120석 중 64석을 차지하고 있어 국가통합당 없이도 과반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간츠 대표의 사임 직후 전쟁 내각에서 현재 공석인 간츠의 자리를 맡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8개월 넘게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으로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비판이 나라 안팎으로 커지는 가운데, 간츠 대표의 사임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에서 간츠 대표가 사라지면 네타냐후는 대내외적으로 정부에 대한 지지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준 중도층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NN은 “이스라엘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가 지금 치러질 경우 간츠 대표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가자지구에서의 강경 일변도는 미국과의 긴장을 심화시키고 이스라엘 내부에서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자지구에는 아직 100명 이상의 인질들이 억류된 채 귀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시내각 투표권을 가진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도 네타냐후 총리와 같은 집권 리쿠르당 소속이지만 지난달 15일 전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통치에 반대한다는 폭탄 발언을 쏟아내며 반기를 들었다.
중도 세력을 잃은 전시내각에서 갈란트 장관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