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원준 한국석유공사 수석위원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대왕고래’가 정치 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오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첫 시추 단계를 앞두고 있지만 당장 국회의 예산협조부터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오는 12월부터 경북 포항 영일만 인근 심해의 6-1광구·8광구 내 7개 유전·가스전 후보지 가운데 하나인 ‘대왕고래’에 대해 탐사시추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왕고래 탐사시추로 석유·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은 20%가량으로 후보지 5군데를 뚫어야 유전·가스전 한 군데를 발견할 가능성이 있다. 석유공사는 대왕고래에서 바로 석유·가스를 발견할 경우에도 대왕고래를 포함해 적어도 5군데는 탐사시추해보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필요한 비용은 약 5000억원이상이다. 탐사시추 과정에서 유전·가스전 후보지를 추가로 발견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어 비용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는 내년에는 100% 정부 지분이 들어간 석유공사의 출자를 통해 전체 사업비의 50%가량을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남은 50%는 석유공사에 대한 정부 융자 형식으로 진행된다. 1000억원 중 500억원은 석유공사 출자로, 나머지 500억원은 정부 융자로 내년 상반기 시추 작업을 시행하는 것이다.
그간 정부는 이 같은 방식으로 국내외 자원개발을 지속해왔다. 산업부가 발간한 2022년도 해외자원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22년 말 기준 해외와 국내에서 각각 25개, 6개 자원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2021년 12월 생산을 종료한 울산 앞바다의 동해-1·동해-2 가스전의 경우 2020∼2022년 투자액이 각각 4800만달러(회수액 3000만달러), 2300만달러(회수액 3900만달러)였다.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 비용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될 예정인 가운데 관건은 국회와의 협의다. 22대 국회가 막을 올리자마자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한 시추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관련 정부 제출 자료를 검토한 뒤 투입 예산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간 국회 상임위원회를 배분하는 원구성 협상이 진통을 겪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를 조속히 가동해 의혹이 있는 부분을 샅샅이 조사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김원이 의원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내정된 민주당 국회의원 15명은 지난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액트지오 선정의 적절성, 입찰 과정, 사업성 평가 결과 자료, 국내외 자문단 명단, 회의록 및 결과 보고서 등의 핵심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부는 심해 지역의 1차 탐사 시추를 개시한 뒤, 남은 유망구조에 대한 순차적인 탐사 시추를 외부 투자유치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지난 4일(현지시간) 펴낸 보고서에서 국내 정유업계와 아시아 원유 트레이더를 인용해 “탐사가 상업 생산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낮다”며 “한국의 유전 탐사 프로젝트에 흥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또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성공했더라도 본격적인 석유·가스 생산 시점으로 지목되는 2035년의 국제 유가도 불안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만일 국제 유가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생산해야 할 의미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앞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되던 해외 유전·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상당수가 2015년 유가 폭락으로 잇따라 실패한 전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