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은 전날 6년 만에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10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과거 기동형 확성기 차량 및 장비의 운용을 점검하는 훈련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지 하루 만에 일단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오후 현재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이날 방송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다만 “북한이 비열한 행위를 할 경우에는 즉시라도 방송할 준비는 돼있다”고 강조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도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2시간 가량 진행한 뒤 중단한 이유에 대해 “군은 전략적, 작전적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며 “장비의 휴무, 휴동 등도 고려해야 하고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 필요한 시간만큼, 필요한 시간대에 작전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또 이날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지를 묻는 질문에 “작전 시행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군 당국이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2018년 이후 6년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틀 만에 중단한 것으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전날 밤 발표한 담화를 통해 다소 물러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기구 1400여개를 이용해 휴지 7.5t을 국경 너머로 살포했다면서 “우리의 행동은 9일 중으로 종료될 계획이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을 빌미로 추가 도발을 예고했다.
그러나 김 부부장은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도 대북전단 살포와 함께 확성기 방송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현실적으로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을 막기 어려운 상황에서 ‘병행’이라는 표현을 통해 대북 확성기 방송이라도 멈추라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이 남쪽으로 풍선을 날려 보내기 위해서는 북서풍과 북동풍을 비롯해 북풍 계열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서풍에도 불구하고 풍선을 날려 보낸 것 역시 대남 살포 목적이라기보다는 보여주기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당국은 전날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10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과거 기동형 확성기 차량 및 장비의 운용을 점검하는 훈련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서울 잠실대교 인근, 인천 앞바다, 파주 금촌동, 이천 인후리 밭에서 발견된 대남 풍선. [연합] |
이런 가운데 북한도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포착됐다.
이와 관련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전방지역에 대남방송용 확성기를 설치하는 동향이 식별됐다”며 “현재까지 대남 방송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 군은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 심리전의 일환인 확성기를 통한 방송은 북한이 먼저 시작했다.
남측의 1963년 첫 대북 확성기 방송은 1년 전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에 대한 맞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
북한은 남측과 마찬가지로 지난 2018년 판문점선언 이후 30여곳에 달하는 대남 확성기를 철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