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과 수요 증가로 레몬값이 오르면서 관련 제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레몬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른 더위에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상기후와 맞물려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최근 레몬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이달 7일 17㎏ 상(上)품 기준 레몬 전국 중도매 평균가격은 10만892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올랐다. 평년과 비교해 59% 높은 수준이다.
올해는 상승폭이 더 가파르다. 레몬 가격은 17㎏ 상품 기준 4월 1일 6만6500원 수준에서 5월 들어 한때 11만원을 넘어섰다. 작년보다 더 빠르고 더 많이 올랐다.
한국은 레몬을 미국에서 75%, 칠레에서 25%가량 수입한다. 국내 레몬 시세는 미국 상반기 수확기인 1~5월 안정세를 보이지만 여름철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짝 오른다.
실제로 지난해 레몬 17㎏ 상품 기준 가격은 여름이 다가오면서 올라 7월 10만원 중반대 수준을 형성했다. 11월 다시 미국산 수입이 늘기 전까지 칠레산이 여름 수요를 충당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상기후로 국내에서 레몬 소비가 증가하는 시기가 빨라졌다. 미국에서는 수확시기가 한 달 빨리 끝나면서 생산량이 줄었다. 가격은 자연스럽게 뛰기 시작했다. 국내 수요가 일찍 증가하는 반면 국내 반입량이 작황 부진으로 줄면서 시세가 올랐기 때문이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3월과 4월 미국산 레몬 수입량은 3333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줄었다. aT가 조사한 대형마트 소비트렌드에서 레몬 추정 판매량은 5월 2주차에 3만개를 넘어서며 높은 수요를 보였다.
aT는 앞으로도 수입량 감소와 레몬 소비 증가로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레몬값 상승세가 관련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레몬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볼 제품에 쓰인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서 판매된 생레몬 하이볼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캔을 넘어서기도 했다. 에이드, 아이스티, 이온음료 등 각종 음료에도 레몬이 원료로 사용된다. 커피숍에서 판매하는 레모네이드뿐만 아니라 횟집에서도 쓰인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이 각종 원재료 가격 상승을 적극 반영해 제품가격을 인상하는 추세”라며 “원재료로 쓰이는 과일은 장기적으로 추이를 살펴 공수하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이상기후 등이 변수가 많아져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