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우리가 몰랐던 아프리카, 기회의 땅을 잡아라”

김기현 한국무역협회 국제협력본부장

얼마 전 우연히 TV에서 한국말에 유창한 아프리카 출신의 젊은 방송인을 보게 됐다. 조나단이라는 이 방송인은 알고 보니 9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이자, 유명인이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아프리카 방송인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아프리카 관련 연구기관인 우분투 국제교육연구소의 전문가 대상 조사에 따르면 이 같은 인식은 미디어 등을 통해 비춰진 기아와 빈곤, 난민과 내전 등 부정적 이미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피상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고 아프리카의 진면목을 들여다보게 되면 우리가 몰랐던 놀라운 모습의 아프리카를 만나게 된다. 필자는 이 진면목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 키워드는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시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2024년 경제성장률 상위 20개 국가를 발표했는데 놀랍게도 그중 12개가 아프리카 국가들이었다. 이들은 6~11%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구조도 매우 역동적이다. 아프리카 전체 인구에서 25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이라는 별칭이 낯설지 않다. 소위 ‘블랙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젊은 소비층이 새로운 계층으로 부상해 아프리카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 주목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에 아프리카 대륙이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아프리카 경제의 가능성과 역동성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ICT 산업의 부상이다. 아프리카에서 자체 스마트폰이 생산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 실제로 르완다는 아프리카 최초로 스마트폰을 개발, 생산해 아프리카 지역에 유통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모바일폰 보급률도 90%에 이르며, 관련 핀테크 사업이 매우 활성화 돼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아프리카의 ICT 산업에 주목한다. 케냐의 엠페사(M-Pesa)나 르완다의 모모(MoMo) 같은 기업들은 은행계좌가 없이도 전화번호만 있으면 자유롭게 자금 이체와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아프리카의 ICT 산업에 주목한다.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ICT 전시회 지텍스 아프리카(GTEX Africa)에는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약 500개 기업들이 참여해 아프리카 시장진출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세 번째 키워드는 스타트업 허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우수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모이는 중심지 역할을 한다. 나이지리아는 약 3300개의 스타트업들이 활동하는 아프리카 스타트업의 메카로, 아프리카 유니콘 기업 7개 가운데 4개가 나이지리아 기업이다. 나이지리아 대표 핀테크 기업 중 하나인 플러터웨이브(Flutterwave)는 모바일 환전, 송금, 결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유니콘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지난 4일과 5일 우리나라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렸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48개 국가들이 참석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국제 행사 중 하나로 기록됐다. 필자는 5일에 개최된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서밋’ 행사 주관기관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손님들을 맞았다. 이날 행사에는 20명의 아프리카 정상들과 약 500명의 양국 경제인들이 한데 모여 양국 경제협력의 미래에 대해 열띤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한국은 식민 지배와 전쟁의 고난을 딛고 성공적인 산업화를 일궈낸 국제사회의 모범생 국가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역사적 굴곡을 이겨내고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의 성공사례를 자신들의 경제발전 롤모델로 삼기에 적합하다고 여긴다.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측 교류의 물꼬가 터지고, 아프리카가 더 이상 가난과 원조의 상징이 아니라 우리와 동등한 비즈니스 파트너임을 인식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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