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등록하면 월세 내준다”…바이든 캠프, 젊은 표심에 온갖 선심

지난해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 위원회 동계 회동에서 젊은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박빙 대결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젊은 유권자를 투표소로 불러들이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무료 공연과 음식, 심지어 월세 지원까지 젊은층을 사로잡으려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필라델피아 벅스카운티에서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무료 콘서트가 열렸다. 콘서트 현장에서는 무료 푸드 트럭과 맥주도 제공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필라델피아 커뮤니티 한 달 임대권이었다. 유권자 등록을 증명한 사람을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해 임대권 경품이 지급됐다.

이 행사는 민주당 캠프 고문인 드미트리 멜혼이 기획했다. 그는 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설립자 같은 큰 손들이 낸 후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전략을 짜는 고문이다. 그가 주도하는 단체는 펜실메이니아와 애리조나와 같은 경합주의 대도시 지역 유권자들을 상대로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예컨대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는 낙태권 옹호단체인 ‘낙태를 위한 투표(Vote for Abortion)’라는 단체가 시내를 돌아다니며 무료 응급 피임약과 여성 위생용품을 나눠줬다. 탐폰과 생리대를 제조하는 어베와 사후 피임약을 만드는 제약사들이 물품을 지원했다. 여배우 비지 필립스와 지역 인플루언서 등도 등장해 낙태권을 지키기 위해 올해 대선에 투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낙태권은 이번 선거에서 핵심 이슈 중 하나다.

투표소에서 투표를 기다리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공짜 피자를 나눠주고 있는 투표 독려 단체 ‘투표소로 가는 피자’의 푸드 트럭 [투표소로 가는 피자 제공]

‘투표소로 가는 피자(Pizza to the Polls)’라는 단체는 대선 사전선거 당일 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피자를 배달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시카고대학이 40세 미만 미국인 2089명을 상대로 진행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 33%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31%)를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 정치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2015년 이후 18~29세 사이의 미국인 중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 비율은 60%나 감소하는 등 제도권 정치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바이든 캠프는 젊은 유권자를 놓칠 경우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멜혼은 “경합주에는 있는 220만명의 45세 미만 유권자들은 투표를 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시민 활동에 참여한다”며 다양한 행사를 통해 젊은 유권자들에게 투표 열기를 심어주고 궁극적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이끌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버드 학생들이 하버드 캠퍼스 내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콘서트를 열고 있다. [하버드 크림슨 제공]

멜혼은 현재 진행 중인 파일럿 프로젝트 효과가 확인되면 대선 직전인 가을에도 유사한 행사들을 열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다만 이러한 활동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한 표를 행사하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발언은 금기시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다만 젊은층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하고 원하는 정책을 현실화하려면 제도권 정치와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될 뿐이다.

이는 미국의 선거법 때문이다. 미국 대다수 주와 연방법은 특정 후보에 대해 투표하는 것을 조건으로 물품이나 여흥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주 선거법은 시민들의 투표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투표일에 임박해 음식이나 돈, 다양한 유형의 여흥을 제공하는 것은 금지하지 않고 있다.

이런 활동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큰 방법이기도 하다. 도널드 그린 컬럼비아대학 정치학 교수에 따르면 선거 당일 투표소 인근에서 파티가 열릴 경우 투표율이 4~6%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이러한 이벤트는 자원봉사자가 가가호호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투표를 당부하는 방법보다 비용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성향의 젊은층을 투표소로 유인하려는 바이든 캠프의 노력에 대해 트럼프 캠프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크리스 사리비타 트럼프 캠프 최고고문은 “나약하고 부패한 지도자가 대중을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을 술에 취하게 하는 것”이라며 “바이든은 젊은 유권자들을 바보로 대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항상 그랬던 것처럼 젊은 유권자들의 이익을 무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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