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20병만 만난다”…비싸도 인기만점, 스위트와인 [식탐]

헝가리 대표 스위트와인 ‘오레무스’. 아수베리의 높은 비율과 푸르민트 품종이 특징이다. 토카이=육성연 기자

[헤럴드경제(헝가리 토카이)=육성연 기자] “설탕이 아니라 포도의 천연당분입니다. 오레무스(Oremus)의 고급스러운 달콤함은 성장하는 디저트 시장에서 주목받기 충분하죠.”

헝가리 동북부 토카이(Tokaj) 지역에서 만난 킨들 로버트 오레무스 와이너리 총괄 매니저는 오레무스만의 고급스러운 풍미를 강조했다. 스페인이 아닌 헝가리에서 베가 시실리아 와인을 마주한 건 헝가리 공산주의가 종식된 후 베가 가문이 와이너리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오레무스는 베가 시실리아 와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다. 단맛이 강한 와인은 저렴하다는 일부 편견과 달리, 오레무스는 고가의 프리미엄급 디저트 와인이었다. 국내에선 6만원부터 최고 170만원까지 판매되고 있다.

이곳에서 시음해 본 ‘아수 3 푸토뇨스(Aszu 3 puttonyos)’는 짙은 황금빛 와인으로, 마치 꿀을 넣은 맛이었다. 정면에서 강하게 내세우는 단맛은 아니었다. 진한 달콤함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끝맛은 신기할 정도로 깔끔했다. 여기에 건포도, 살구 등 말린 과일의 풍미가 더해졌다. ‘지루하지 않은’ 단맛이었다.

테이블에 놓인 오레무스 와인. 토카이=육성연 기자

아수(Aszu) 시리즈는 오레무스의 단맛을 결정하는 ‘아수 베리’에서 나온 이름이다. 아수 베리는 포도에 붙은 보트리티스균(Botrytis)에 의해 화학적 변질 과정을 거친 포도를 말한다. 아수베리의 당분과 포도의 비율에 따라 당도가 달라진다. 방문한 와이너리에서는 수확한 아수베리를 ‘푸토뇨스’라는 전통 바구니에 담았다. 푸토뇨스는 와인 당도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사용되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더 달다. 와인 이름이 ‘6 푸토뇨스’라면 ‘3 푸토뇨스’보다 당도가 높다. 로버트 총괄 매니저는 “토카이의 환경은 다른 국가보다 아수 베리가 잘 형성돼 귀한 아수 베리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풍성한 과실 풍미는 토카이 품종인 푸르민트(Furmint)에서 나왔다. 그는 “복합적인 향과 산미가 높은 푸르민트는 다른 와이너리가 갖고 있지 않은 희귀 품종으로, 오레무스만의 특별함을 만들어준다”고 했다. 오레무스의 약 90% 포도밭이 푸르민트를 재배한다.

병 숙성 중인 오레무스 와인(왼쪽), 오레무스 와이너리 지하 창고. 토카이=육성연 기자

베가 시실리아의 경영 원칙은 스페인과 멀리 떨어진 헝가리에서도 지켜졌다. 안드레아 오레무스 와이너리 관계자는 “공산주의 시대엔 많은 포도 수확량이 목적이었으나, 1993년 알바레즈 가문의 매입이 시작되면서 생산량이 적더라도 고품질 와인을 위한 생산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또한 다른 와이너리처럼 오레무스 역시 오랜 숙성 기간을 거친다.

이어 그는 “헝가리에선 특히 크리스마스에 즐겨 마시며, 자녀의 출생 연도에 생산된 와인을 결혼식 선물로 주는 전통도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오레무스는 헝가리 ‘국민 와인’으로 불린다.

스위트와인에 곁들이기 좋은 음식으로는 딸기와 염소치즈, 매쉬드포테이토(으깬 감자요리) 등을 추천하며 “매운 한국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했다. 국내에는 1년에 120병 정도의 오레무스 와인이 들어오고 있다. 헝가리 토카이=육성연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