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올해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상장사 주식을 공개매수로 거둬들여 상장폐지를 시도하는 사례가 벌써 4건에 달했다. 포트폴리오 기업의 주가가 저점에 머물러 있어 공개매수 적기로 판단한 모습이다. 물론 프랑스 PE인 아키메드(Archimed Group)가 추진하는 제이시스메디칼의 경우 경영권 인수(바이아웃)와 공개매수를 병행한다는 점에서 딜의 차별성을 지닌다. 타사와 달리 공시 직전 주가 급등하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외 PE가 공개매수를 시도했거나 완료한 기업은 총 4곳이다. 여기에 ▷락앤락 ▷쌍용C&E ▷커넥트웨이브 ▷제이이스메디칼 등이 해당된다.
아키메드는 이틀 전 제이시스메디칼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앞서 한앤컴퍼니는 쌍용C&E 공개매수를 완료한 이후 장내에서 잔여 지분을 확보 중이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MBK파트너스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락앤락, 커넥트웨이브 공개매수를 실시했다.
어피너티의 경우 락앤락 잔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장내 매집을 진행 중이며 MBK파트너스는 커넥트웨이브 상장폐지를 준비하고 있다.
제이시스메디칼은 PE가 바이아웃과 공개매수를 병행하는 딜로 앞선 3건과 차별화된다. 락앤락, 쌍용C&E, 커넥트웨이는 이미 PE가 지배주주로 있다가 완전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공개매수를 선택한 사례다.
아키메드는 제이시스메디칼 창업자가 소유하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동시에 소액주주에게도 창업자와 동일한 프리미엄을 제공하며 공개매수에 나섰다. 지난해 한앤컴퍼니의 루트로닉, UCK·MB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와 닮은꼴 거래다.
제이시스메디칼은 정보 관리에서도 비교적 선방한 모습이다. 대부분 공개매수 공시 직전에 주가가 급등하는 패턴을 보였으나 제이시스메디칼은 상대적으로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
제이시스메디칼은 아키메드 입장에서 저점 매수가 아닌 점도 특징이다. 제이시스메디칼은 2021년 3월 스팩합병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이후 주가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용 의료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경영 실적 역시 개선되는 추세다.
이와 달리 락앤락과 쌍용C&E, 커넥트웨이브의 경우 최근 3년 사이 주가가 우하향 추세를 보인다. 세 곳의 사업 분야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수익성이 저하됐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투자 기업 밸류를 개선해야 하는 PE 입장에서 시가 평가에서 벗어나기 적기였던 셈이다.
출자자에게 투자금을 분배해야 하는 PE 특성상 추후 포트폴리오 기업의 경영권 매각을 통한 엑시트는 필수다. 상장사는 경영권 거래 과정에서 주가 영향이 불가피하다. 비상장사로 돌아갈 경우 밸류 과정도 수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주가에는 기업 본질가치와 함께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도 반영된다. 주가 변동성이 커질수록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PE는 주식담보비율 맞추기 역시 부담 요소다.
IB 업계에서도 PE의 수요를 공략해 공개매수를 적극 제안하는 상황이다. 올해 PE가 주도한 공개매수는 모두 NH투자증권이 수임했다. 기존 공개매수는 오프라인 지점에서만 청약할 수 있었으나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온라인 시스템도 구축하며 사용자 편의성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