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故 채 상병의 어머니가 경찰의 수사부진에 한탄하며 장문의 편지를 공개했다. 지난해 7월 22일 고(故) 채 상병의 안장식 당시 사진.[연합] |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지난해 7월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故 채 상병의 어머니가 경찰의 수사부진에 한탄하며 장문의 편지를 공개했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가에서 최대한 예우를 해주신 점에 대해 감사하고 아들을 찾아주는 모든 분들께도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며 편지를 시작했다.
이어 “아들 1주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엄마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표현해야 살 것 같다”며 편지를 공개한 이유를 밝혔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우선 늦은 나이에 결혼해 왕복 8시간 동안 남원과 서울을 오가며 어렵게 출산한 아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어렵게 얻은 아이라 더없이 행복했고 모든게 새롭고 세상이 달라 보였다”며 “그런 우리 아들이 하늘의 별이 되어 모든 것이 무녀졌고 멈춰버렸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너무나 안일하게 생각하고 투입을 시켜 화가 났지만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건 수사가 잘 될 거라는 마음”때문이었지만 “지지부진하고 아직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용기를 내 심정을 적는다”고 적었다.
채 상병 어머니가 밝히고자 하는 진실은 두 가지였다.
그는 “투입을 지시했을 때 구명조끼는 왜 입히지 않은 채 실종자 수색을 하라고 지시를 했는지”와 “유속도 빠르고 흙탕물인데 왜 물속에 투입시켜 실종자를 찾게 하고, 그 상황에서 장화를 싣고 들어가 수색을 하게 했는지, 장화 속에 물이 들어가 걸음이 더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더구나 “아들은 아토피가 있어 수영도 못하는데 수영 가능 여부를 확인했는지도 궁금하다”며 “돌이켜 보면 끝까지 해병대 간다고 했을 때 말리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고 후회했다.
이어 “어떻게 얻은 아이이고 얼마나 자존감이 높은 아들이었는데 안일한 군 지휘관들의 행동으로 인해서 저의 아들이 희생되어 힘듦과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며 한탄했다.
또 “정말 보고 싶고 채취를 느끼고 싶고 식탁에 앉아 대면하면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모든게 허망하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며 “아직도 저희 아들이 이 세상 어디엔가 숨을 쉬고 있는 것만 같아 미친 사람처럼 살고 있고, 저희는 죽을 힘을 다해 하루하루 사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다”고 절규했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저희 아들 너무 억울하게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별이 되었는데 진실이 올해 초에는 밝혀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진전이 없다”고 경찰 수사관계자에게 호소하면서 “밝혀져야 될 부분은 마땅히 밝혀져 혐의가 있는 지휘관들은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야만 저도 저희 아들한테 현충원에 가면 할 말이 있고 잘 했다는 말을 듣지 않을까요”라며 되물었다.
국방부 장관과 관계당국에게는 “아들 사망사고를 조사하다 고통을 받고 계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님의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시고 과감하게 선처를 해달라”며 간곡하게 부탁했다.
끝으로 “또 장마철이 다가온다. 저희와 약속했던 재발방지 대책을 신속히 수립해서 다시는 우리 장병들에게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주시고 아들이 좋아했던 해병대로 다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며 “1주기 전에 경찰 수사가 종결되고 진상이 규명돼 아들 희생의 원인과 진실이 밝혀져서 이후에는 우리 아이만 추모하면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