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 학생의 어머니(좌)와 권경애 변호사(우).[연합]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법원이 재판 불출석으로 학교 폭력 피해자 유족을 패소하게 만든 권경애 변호사에게 5000만원의 배상 책임만 인정한 가운데, 피해자의 모친이 판결 내용에 울분을 터뜨렸다.
피해자 모친 이기철 씨는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전날 있었던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노한동 판사는 이 씨가 권경애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 해미르는 공동해 5000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이 씨가 청구한 2억원 중 4분의 1만 인정한 것이다. 또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2명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표현상 '일부 승소 판결'이지만, 4분의 3은 패배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결과였다.
이 씨는 딸인 박모 양이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2015년 사망했고, 이에 학교와 가해학생 학부모 등 38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5억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는데, 사건을 수임한 권경애 변호사가 항소심 재판에 세 번 연속 불출석해 자동으로 패소했고 이 사실을 이 씨에게 알려주지도 않아 판결이 확정돼 버리자 권 변호사를 상대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이 씨는 방송에서 판결 결과에 대해 "어제는 정말 결정을 듣고서도 약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게 뭔가 그런 생각만 들었다. 납득이 안된다"라고 말했다.
4분의 3은 패배했기 때문에 그 비율에 맞춰 소송비용 역시 4분의 3은 이 씨가 부담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송비용'이란 이 씨의 변호사 선임료만이 아니라 권 변호사와 해미르 측의 변호사 선임료 등 비용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판결을 통해 5000만원을 인정받았지만, 소송비용을 권 변호사 측에 떼어주고 나면 막상 남는 돈은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씨는 방송에서 이에 대해 "민사소송법 교과서에 있는 아주 기초적인 그런 기계적인 내용이다"라면서도 "인간미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 교과서적인 그 내용 그대로를 적용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권 변호사와 해미르가 변호사를 선임한 비용은 얼마인지 아직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제일 중요하게 봤던 게, 재판부는 도대체 이 사건을 어떻게 대할까 보고 싶었는데, 두 번의 재판에 판사는 성의가 없었다"라며 "(판사는) '서류가 너무 많아서 읽기 힘들었으니까 정리해 달라'고 하는가 하면 두 번째 재판에서는 '날짜를 선고를 하겠다' 얘기한 게 다였다. 그런 재판을 보면서 너무나 허무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판사는 아주 무미건조하게 선고문에 있는 그 문장의 일부를 그냥 읽었고 그게 다였다.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라며 "그렇게 재판을 할 것 같으면 그냥 전자소송으로 판사실에 앉아서 서류로만 갖고 하지 왜 재판을 하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진행자가 "소송 과정에서 판사가 집중해서 살피고 고민하는 이런 모습이 전혀 없었다 이런 말인가"라고 묻자, 이 씨는 "그렇다. AI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법정이 있다라는 것도 한심하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또 "권 변호사는 지금까지 전화 한 마디 없고, 사과 한 마디, 변명 한 마디 없고, 해명 한 마디 없다"라고 전했다.
이 씨는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어린 생명이 폭력 앞에 처참하게 당하고 있는데 학교가 외면했고 교육청이 외면했고 서울시 재심위, 세종시 행심위 무심했고 외면했고, 피해자들이 가야 하는 그 법의 마지막 보루인 법정으로 갔는데, 그것마저도 지금 이렇게 묵사발이 났다"라며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저는 이 사회 어느 시스템 어디에서도 단 한 곳이라도 제대로 작동하는 곳이 있어야 된다라고 생각하기에 그걸 보기 위해서 이 과정을 하는 거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