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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한인 여성행장으로 한인은행의 최고경영인(CEO)으로서 최장수 현직에 있는 오픈뱅크 민 김 행장의 은퇴 여부를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 김 행장은 지난 1982년 구 윌셔스테이트 뱅크로 은행계에 입문,1995년 옛 나라은행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06년 나라은행 행장 자리에 올랐다.
미주 한인은행 사상 최초의 여성 행장의 탄생이었다.특히 은행 창구의 텔러에서 시작해 24년만에 행장에 오른 김 행장의 성공스토리는 한인 뱅커들에게 최고의 동기 부여가 됐다.
2010년 당시 나라은행을 떠나 은퇴를 선언했던 김 행장은 1년여 만에 금융감독국의 제재로 존폐 위기에 몰렸던 FS제일은행 CEO로 부임, 현역에 복귀했다.FS제일은행 이사진은 당시 민 김 행장이 ‘수익 10%의 사회환원’이라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은행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타개하는 구원투수를 영입한다는 생각에 받아들였던 일은 잘 알려진 일화다.
민 김행장은 취임하자마자 은행이름을 오픈뱅크로 바꾸며 이미지 개선에 시동을 걸더니 부실대출을 과감히 정리하며 은행을 살려낸 뒤 나스닥 상장까지 성사시키는 경영수완을 발휘했다.
취임 이듬해였던 2012년 오픈뱅크는 창립 후 처음 흑자를 기록했고 1100만 달러 증자에 성공,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2012년 2억 달러였던 자산은 2013년 3억 달러, 2014년 5억 달러, 2016년 7억 달러로 뛰어올라 2018년에는 뱅크오브 호프, 한미은행, PCB뱅크에 이어 나스닥시장에 입성하는 네번째 한인은행이 됐다. 김행장의 임기 초반 7년 동안 오픈뱅크의 자산규모는 800%나 증가했다.
김 행장은 임기만료(2015년 3월)를 1년여 앞둔 2014년 5월 2022년 7월까지 초유의 7년 연장계약을 이루더니 2020년 10월에는 이 계약을 2024년 12월 31일까지 4년 더 늘려 14년 임기라는 장수 행장 시대의 문을 열었다.
오픈뱅크 이사진은 김 행장의 실적과 오픈재단을 통한 사회환원 정신의 성공으로 장기계약을 순순히 승인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올 연말로 다가온 김 행장의 재계약 여부에 관심이 모이는 것은 지난 2020년 임기 연장 당시 “이번이 마지막 임기일 수 있다”라는 김 행장의 발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픈뱅크 내부에서는 새 행장을 찾기 보다 김 행장을 유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의 후임으로 하마평에 올릴만한 인사가 없을 뿐 아니라 한인이 아닌 타 인종 행장을 영입할 경우 예상되는 문화적 차이와 한인은행이라는 정체성의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김 행장이 퇴임 의사를 밝히더라도 일정 기간 행장직을 연장한 후 후임자를 확정해 연착륙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픈뱅크 이사회는 아직 연말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심사숙고해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은행 내부 관계자는 “최근 은행의 순익과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이는 타 은행도 마찬가지일 뿐 아니라 경쟁 상대와 비교하면 실적과 주가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이라며 “은행 초기의 위기를 넘긴데다 2018년초 상장에 성공한 것 그리고 자산, 예금, 대출의 증가폭 수준까지 김 행장에 대한 이사진의 지지는 확고하다”라고 전했다.
오픈뱅크 임직원들은 민 김행장이 굳이 은퇴를 고집한다해도 취임 이후 이어온 수익 10% 사회환원과 전 직원 커뮤니티 봉사 등 오픈뱅크 특유의 문화는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