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韓증시, 美금리인하 수혜 누릴까…대기자금은 요지부동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금리를 단 한 차례만 인하할 것이라는 매파적인 평가에도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들썩이고 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추정치를 밑돌며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신호가 하나둘 나타난 만큼 연준이 오는 9월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수급과 갈 곳 잃은 대기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연준 ‘1회 인하’에도 인플레 안도=연준은 12일(현지시각)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7회 연속 동결, 5.25~5.50% 수준을 유지했다. 일찍이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했던 만큼 시장의 관심은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와 FOMC 이후 예정된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에 쏠려 있었다. 이날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금리 수준을 5.1%로 전망, 연내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3회에서 1회로 조정했다.

연준은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해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간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시장에선 연내 2번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연준의 발표에 앞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됐는데, 시장 전망치(3.4%)를 밑돌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점도표 조정은 5월 물가를 반영하지 않았던 만큼 향후 두 차례 인하로 수정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FOMC 직전 공개된 5월 물가를 이번 경제전망요약(SEP)에 반영했는지 묻는 말에 ‘일부(some)는 반영했지만 대부분(most)은 그렇지 않았다’고 언급했다”고 주목하면서 “6~8월 물가가 추가로 안정되는 흐름을 확인하고 최소 2명의 위원이 전망을 바꾼다면 올 9·12월 연내 두 차례 금리 인하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 외국인 수급 회복 기대↑=연준이 이르면 오는 9월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 속에 주식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사상 최고점을 경신하면서 코스피 역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앞서 FOMC를 앞두고 시장 경계감이 커진 상황에서 전날(12일) 국내증시에선 기계, 전기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순매수세가 유입됐다. 이날에만 외국인은 한미반도체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690억원, 1220억원어치 쓸어담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동안 매크로 변수에 여타 증시 대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구조적인 특성을 지닌 한국 코스피는 그간의 소외 현상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같이 전통 메모리 반도체 업체, 자동차, 유틸리티, 기계 등 수출 및 AI 산업 생태계 확장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소외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오늘(13일) 선물옵션 만기일을 앞둔 만큼 단기적인 현선물 수급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도 봤다.

▶파킹형 상품에 묶인 증시 자금 돌아올까=갈 곳 잃은 대기자금들이 증시로 돌아올지도 관심사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투자자 예탁금도 한 달 가까이 54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예탁금은 54조2169억원으로 지난 4월 말 57조2306억원과 비교해 3조원 넘게 줄었다. 180조원에 달하는 법인 돈도 대기자금 성격의 머니마켓펀드(MMF)에 묶여 요지부동인 상태다.

법인 MMF 잔액은 184조1938억원에 달했다. 이는 저금리 시절이던 지난 2020년 2월(123조4645억원) 대비 49.2% 불어난 수준이다. MMF는 채권,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금융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파킹형 금융상품이다. 고금리로 통화 정책이 전환되면서 MMF의 투자 매력이 높아졌고, 국내 증시로 법인들의 투자금이 여전히 적극적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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