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
[헤럴드경제=홍승희·강승연 기자] “수수료 수익을 벌 방법이 없다. 사업부에서는 가상자산 실명계좌라도 개방해 비이자이익 창구를 마련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고민하고 있다”(A은행 부사장)
은행들의 ‘비이자 장사’에 비상이 걸렸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사태로 투자상품 판매가 불투명해지자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방카슈랑스 판매를 늘리고, 각종 플랫폼 중개 수수료 등으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실제 상반기 은행권의 비이자이익이 많이 줄어들 거란 전망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5개의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신용카드 비교·중개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한은행 애플리케이션(앱) ‘신한 SOL뱅크’에 들어가면 개인 소비현황에 따라 추천 카드상품, 예상 혜택 금액 등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비교·중개 서비스를 내놓은 건 신한은행이 시중은행으로는 처음이다.
신한은행은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예적금 상품에 대한 비교·중개 서비스를 이미 운영 중이다. 타사의 상품까지 함께 비교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대출 및 예적금의 경우 타행의 입점은 잘 이뤄지지 않아 신한은행 자사 상품과 일부 저축은행, 그리고 보험사의 상품들로 구성돼있는 게 현실이지만, 업계는 신한은행이 선제적으로 중개 서비스에 진출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는 중개 플랫폼이 활성화될 시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한은행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통상 은행 주담대의 경우 중개를 성공할 때마다 플랫폼은 0.3%의 수수료 수익을 벌 수 있다. 예적금과 신용카드의 경우 금액이 훨씬 적지만 수수료수익 한 푼이 급한 상황에서는 나쁠 거 없다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이에 또 다른 시중은행도 중개 플랫폼 진출을 검토 중이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대환대출 플랫폼 등 여러 금융사의 상품을 비교·중개하는 시장이 커지면서, 본행도 진출을 검토 중”이라며 “이자이익 마진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수료수익을 벌 수 있는 창구를 찾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연합] |
실제 올해부터 국내 지주사의 수수료이익은 감소 추세다.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비이자이익은 3조3266억원으로 1년 전(3조6605억원)보다 9% 감소했다.
은행들은 투자상품 판매가 제한되는 등 비이자이익 창구의 폭이 점점 좁아지자 방카슈랑스 등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지난 1분기 순수수료이익은 3004억원으로 전년 동기(3074억원) 대비 2% 감소했다. 신탁수수료가 570억원에서 470억원으로 줄어든 대신 방카슈랑스 수수료이익을 33억에서 40억원으로 늘리며 감소폭을 상쇄했다.
신한은행도 수수료이익이 같은기간 2365억원에서 2641억원으로 11.7% 증가했는데, 신탁수수료이익이 4.9% 감소한 454억원을 기록하는 등 감소조짐을 보이자 방카수수료 이익을 87억원에서 183억원으로 111.5% 증가시켰다.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 1분기 전년 동기(4136억원) 대비 15.2% 증가한 5128억원의 수수료이익을 기록했다. 신용카드수수료와 대출관련 수수료, 그리고 운용리스 수수료 등이 크게 증가했으며 외환수수료와 방카슈랑스 수수료는 각각 8.4%, 47% 감소했다. 우리금융은 신탁수수료가 6.7% 감소한 대신 방카슈랑스 수수료가 44.4% 증가했다.
하지만 방카슈랑스로 버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은행권의 판단이다. 향후 방카슈랑스 시장이 축소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을 적용하면 방카슈랑스가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불리하기 때문에 최근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판매 및 운용수수료를 벌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고객의 자산관리를 성공적으로 하는 것도 또 하나의 과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