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일으켜 놓고 계약 해지에 이자 요구” 일방적 러 조선소…삼성重 승소할까 [비즈360]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 [삼성중공업 제공]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삼성중공업이 5조원 가까운 규모의 선박 계약에 대한 해지 통보를 받으면서 대규모 매출을 올릴 기회를 놓치게 됐다. 여기에 선주사가 선수금에 대한 지연이자까지 요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국제중재를 통해 이번 계약 강제해지에 대한 부적법성을 입증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로부터 2020년 수주한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10척, 2021년 수주한 셔틀탱커 7척 등 총 17척에 대한 블록·기자재 판매 공급계약의 해지를 통보받았다. 즈베즈다 조선소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제재를 받게 되면서 선박 건조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해지 통보를 받은 계약 규모는 약 4조8525억원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2019년부터 3년에 걸쳐 즈베즈다 조선소로부터 선박 총 22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이 블록·기자재를 만들어 공급하면 현지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는 방식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즈베즈다 조선소가 특별지정제재대상(SDN)으로 지정되기 전 2019년 수주분인 5척 공급을 완료했고 최근까지 나머지 17척에 대한 계약 유지 여부에 대해 논의해 왔다.

삼성중공업은 즈베즈다 조선소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에 대해 싱가포르 중재법원에 제소할 예정이다. 즈베즈다 조선소는 8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선수금 전액 반환과 함께 지연 이자 지금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 중재는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통상 3~4년 이상 소요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계약상 불가항력 조항에 따라 상호 간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난 2년여간 협상을 해왔는데 선주사가 돌연 우리의 계약불이행을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면서 “강제해지는 적법하지 않다. 중재를 통해 위법성과 선수금 반환 범위 등에 대해 따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해 모잠비크 해상에 투입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의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대규모 계약이 무산됐지만 삼성중공업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해당 계약의 중단을 예상해 왔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공정의 앞단인 설계 과정에서 이미 작업을 중단해 실질적 피해가 크진 않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건조는 러시아 현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기에 거제조선소 야드에서의 기수주 물량 건조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향후 기대 매출은 사라졌지만 러시아발 불확실성은 해소된 셈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계약 해지는 2년 전부터 예상했던 상황”이라며 “수주를 그동안 많이 했고 향후 수주 등에도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 적자에서 벗어나며 2023년 연간 기준으로 9년 만에 흑자 전환 성공했다. LNG선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고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생산에도 착수해 하반기부터는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삼성중공업은 내다보고 있다.

최근 수주 흐름도 양호하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누적 38억달러를 수주하며 연간 목표(97억달러)의 39%를 잠정 달성했다. 현재 LNG선과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등 다수의 상선 프로젝트 안건을 협의 중이며 연내 FLNG 추가 수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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