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공동인터뷰에 앞서 제주도를 상징하는 마스코트인 르방이와 라봉이를 들어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세계 최고 수준의 회의시설과 특급호텔 존(Zone), 유네스코가 인정한 자연경관을 가진 제주도는 대한민국 APEC 개최에 최적화한 곳입니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후보로서 제주특별자치도가 갖춘 세 가지 강점으로 ▷수준 높은 회의시설 ▷각국 정상 수요에 대응 가능한 항공·경호 여건 ▷대한민국의 매력을 전달할 수 있는 자연경관을 꼽았다. 오 지사는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와 공동인터뷰에서 “그동안 선정 도시 신청서 제출부터 현장 실사, 외교부 프레젠테이션(PT)까지 모든 절차를 성실하게 수행해 왔다”며 “그 결과, 현재 제주도가 APEC 개최지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월부터 최근까지 외교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등 APEC 관련 7개 부처 장관을 만나고, 이달 7일 시도별 PT에 직접 나서는 등 APEC 제주 개최 최전방에서 뛰고 있다.
오 지사는 “APEC 개최지가 갖춰야 할 첫 번째 핵심 요건은 회의 시설”이라며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와 내년 8월 준공 목표인 제2컨벤션센터, 8만개에 달하는 객실을 보유한 특급호텔 중심의 중문관광단지를 언급했다. 그는 “ICC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회의 시설로 각광받고 있고, 최근 싱가포르의 마이스(MICE) 전문지에서 제주도를 ‘미팅하기 좋은 장소’로 선정하기도 했다”며 “컨벤션협회 조사에서는 제주가 ‘회의하기 좋은 도시’로 서울에 이어 2위에 선정됐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APEC 개최가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도 강조했다. 오 지사는 “APEC이 유치되면 제주를 찾는 외국 관광객의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제주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되는 광고 효과만 해도 1조원이 넘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연구원은 앞서 APEC 제주 개최 시 1조783억원 규모의 생산유발, 4812억원 규모의 부가가치유발, 9288명의 취업 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타 도시 개최 대비 2~4배 이상이다.
오 지사는 “제주가 매력적인 여행지로서 전 세계에 알려진다는 것 뿐만 아니라 제주의 지속가능함을 알리고,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대전환과 지속가능한 정책을 더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APEC 개최를 놓고 경쟁하는 인천광역시와 경북 경주시에 대해 오 지사는 “인천은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고, 경주는 유서 깊은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아시아·태평양국가 정상에게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대한민국의 매력을 전달할 요소는 제주가 더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 지사와의 일문일답.
-제주도가 APEC 개최지로 적합한 이유는 무엇인가
▶제주도가 지향하고 있는 비전과 목표가 APEC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에 부합한다. 무역과 투자, 디지털 경제, 지속가능한 성장 등에 대한 비전을 제주도가 어떤 도시보다 잘 이야기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2035 탄소중립’도 있다.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목표는 2050년인데, 제주도는 이보다 15년 앞당기는 계획을 실천 중이다.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로 전환한다는 담대한 목표다. 특히 아시아 도서국가와 태평양 연안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전 세계가 우려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메시지를 한목소리로 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도시가 바로 제주도다.
-APEC 개최 시 제주국제공항의 수요 대응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국제공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과 안전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세계항공교육학회 공항운영효율성상을 7년 연속 수상했고, 10월에는 전국 최초로 공항안전관리(PSM)평가 2회 연속 최고 등급을 받았다. 또 60개 국제노선을 갖고 있다. 중국의 다양한 도시와 일본의 오사카,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다양한 노선이 마련돼 있고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제주~김포 노선은 세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운영하는 노선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공항 운용에 있어 최고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한다.
증가하는 수요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도 가능하다. 제주도는 정석비행장 등 예비 공항 시설과 국제 크루즈가 오가는 강정항 등 대체 수송수단도 확보하고 있다. 회의 기간 인천~제주 직항 전세기 운영을 통해 수송 편의성도 높일 계획이다. 특히 대한항공 비행훈련원인 정석비행장은 이미 2.5㎞의 활주로를 갖추고 있다. 현재도 점보기(Jumbo jets)가 이·착륙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과거 제주를 방문했던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도 정석비행장을 이용했었고, 2002년 월드컵 때도 제주국제공항의 보조공항으로 이 곳을 활용했던 경험이 있다.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고 진보된 기술을 적용하면 대한민국 어느 곳보다 안전하게 귀빈이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수 있다.
-정상에 대한 경호와 숙박이 용이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는데
▶제주도는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입지 조건에서 오는 경호 안전의 이점이 있다. 물리적인 수단 없이 그 자체로 통제가 가능한 것이다. 또 중문관광단지를 중심으로 주요 회의시설과 숙박, 경호, 의전을 묶어 일원화한 ‘APEC 서클’은 참가자의 안전과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차별화한 운영 방안이 될 것이다. APEC 서클 내 부영호텔, 신라호텔, 파르나스호텔, 롯데호텔, 조선호텔 등 특급호텔들은 모두 ICC에서 걸어서 또는 차량으로 5분 거리 내에 있다. 최근에 생긴 7성급, 6성급 호텔도 모두 인근에 있다.
제7기동전단이 강정항에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강정항에는 군함이 있다. 혹시나 미국 대통령이 경호에 대한 우려를 한다면 미 군함에서 머물 수도 있다. 그만큼 완벽한 경호가 어디 있겠나. 앞서 언급한 정석비행장도 있기 때문에 경호에 있어서는 완벽에 가깝다. 제주도 출신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을 만나서 경호 관련 자문을 받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실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거듭 고민했고, 개최지 신청서 제출과 PT 발표에 상세하게 반영했다.
-APEC 개최 시 각국 정상의 이동과 경호로 인한 도민 불편이 우려되는데
▶도민 불편은 최소화할 수 있다. APEC 서클 자체가 하나의 경호 시스템이 되기 때문이다. APEC 서클에선 도민의 이동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회의를 위한 통제가 이뤄진다. 당초 도민의 호텔 이용률은 높지 않고, ICC는 주빈회의장으로 쓰이기 때문에 시민을 대상으로 공개할 일이 없다. 제2컨벤션센터를 짓고 있어 미디어센터나 각종 오·만찬장도 쾌적하게 지원할 수 있다.
-제주도의 자연경관도 경쟁 우위 요소로 제시했다
▶제주도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 보존지 3관왕이다. 누구나 제주에 서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고, 시원하게 펼쳐진 자연경관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지역과 비교 불가라고 생각한다. 또 자연 속에서 사람이 역사와 문화를 독특하게 이어오고 있고, 제주도만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앞서 말한 경제적 파급효과 외에 제주도가 APEC 개최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어떤 것들이 있나
▶최근 제주 관광의 매력이 다소 떨어지고 있다는 국내의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제주를 찾는 외국 관광객은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 그리고 유럽에서도 제주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의 수출이 급증하고 있고 세계가 대한민국이 가진 문화 역량에 이목을 집중하면서, 드라마·영화 촬영지가 많은 제주도도 세계인의 관심사에 자연스레 녹아들고 있다. 대한민국에 주목하는 외국인에게 ‘서울 그 다음은 제주’라는 인식이 심어지고 있는 것이다. APEC이 제주도에 유치된다면, 외국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는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제주의 매력을 전세계에 더욱 널리 알리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최근 “APEC 개최도시 선정과정에 정치적 배려가 개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현재 유치를 위해 경쟁하고 있는 제주, 인천, 경북 중 야당 소속 인사가 단체장을 맡고 있는 곳은 제주 뿐이다. 인천과 경북 단체장은 여당 소속 단체장이다.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보지만, 혹시나 여당을 고려한 결정이 돼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외교부 선정위원회 위원에게 중립적인 위치에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일 도시에 유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정리=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