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자금이 국내 증시 대신 채권으로 향하면서 순매수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섰다. 박스권을 횡보하는 증시 대신 이자를 얻으면서도 향후 금리 인하 시 되팔아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법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올해 개인투자자들은 장외 채권 유통시장에서 20조8543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년 같은 기간(17조629억원) 대비 22.22% 늘어난 규모다.
개인은 올 들어 매달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1월에 3조7468억원을 순매수했고 ▷2월 4조1331억원 ▷3월 3조5708억원 ▷4월 4조5273억원 ▷5월 3조5117억원을 사들였다. 이달 6거래일 동안 1조36471억원을 순매수했다.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액 비중은 전체(286조4194억원) 7.28%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비중(5.7%)보다 1.58%포인트 늘었다. 2022년은 1.71%, 2021년 0.74%, 2020년은 0.59%에 불과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액 비중은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24조3456억원을 순매수해 전체 8.49%로 집계됐다. 2023년에는 전체 13.94%, 2022년은 13.68%를 차지했다.
채권 유형별로는 국채 규모(6조7790억원)가 가장 컸다. 여전사(신용카드사·캐피탈사)가 발행하는 기타금융채(4조9925억원)가 뒤를 이었고 이어 ▷회사채(4조6077억원) ▷은행채(2조427억원) 순이다. 특히 기타금융채는 올 들어 전년 동기(3조8268억원) 대비 30.46% 늘어나 순매수세 가장 두드러졌다. 은행채도 전년보다 27.18% 늘어났다.
채권은 2022년 중순부터 시중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뒤 고금리 환경 장기화 속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통상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비례 관계로, 금리가 오를수록 저렴한 가격에 매수가 가능하다.
2020~2021년 순매수 규모는 같은 기간(연초~6월 11일) 기준 1~2조원에 그쳤지만 2022년 4조2184억원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17조629억원으로 304% 급등했다. 국내 채권의 주요 지표 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자 지난 4월에는 월 기준 역대 최대 규모 순매수로 이어졌다.
올 들어 좀처럼 물가가 잡히지 않자 금리 인하 기대감이 하락했지만 최근 ‘연내 최소 1회 금리인하’가 시장 전망으로 굳어지면서 채권 투자심리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올 들어 국내 증시가 ‘코스피 2600~2700’에 갇힌 박스권에 머물자 매력도가 높아진 점도 영향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은 올 들어 주식을 5조7455억원 순매도하며 증시를 이탈하고 있다.
향후 국채 금리 평균 수준은 완만한 하락이 전망이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요인을 살펴보면 내수 부진으로 수요측 물가상승압력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유가 및 환율 하향 안정에 따른 공급측 물가상승압력도 완화되면서 물가 둔화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며 4분기에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다만 “현재 국채 금리가 기준 금리 인하를 선반영해 역전 상태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금리 하락 폭은 제한되면서 국채 금리 평균 레벨이 완만하게 낮아지는 흐름을 예상한다”고 했다. 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