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0년간 글로벌 무역에서 개발도상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이들 국가는 성장의 과실을 누리지 못한 채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고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UNCTAD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964년 이후 작년까지 전 세계 상품 무역이 134배가량 증가했으며 특히 개도국의 무역 참여가 두드러진다고 발표했다.
1964년 이후 지난해까지 글로벌 상품 무역에서 개도국을 거래 당사국으로 하는 무역의 비중은 22%에서 44%까지 증가했다.
개도국의 무역 성장은 관세 자유화에 기인한 측면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자유무역을 위한 다자 협정이나 양자 및 지역 협정 등에 힘입어 관세 장벽이 낮아지면서 개도국 상품이 활발하게 거래됐다는 것이다.
반면 수량제한이나 안전·위생 기준을 적용한 수입허가제 등 비관세 장벽(NTM)을 동원한 무역 제한 조치는 개도국 기업이 무역량 증가의 혜택을 온전히 받지 못하게 된 배경이 됐다.
UNCTAD는 “지난 10년간 세계 각국의 관세 적용률은 13%에서 7%로 감소했지만 NTM 적용 빈도는 53%에서 72%로 늘었다”며 “NTM의 복잡성과 이를 준수하기 위한 비용탓에 개도국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경쟁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공공부채는 경제성장을 꾀하는 개도국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계 공공부채는 2022년보다 5.7%(5.6조 달러·7천837조원) 증가한 97조 달러(13경3천375조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개도국의 공공부채는 29조 달러(3경9천875조원)를 차지했다.
공공부채 총액 가운데 개도국 부채액의 비율은 2010년 16%에서 2023년 30%까지 증가했다.
UNCTAD는 “전 세계 개도국 인구 33억명은 교육이나 건강보다 부채 상황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국가에 살고 있다”며 “개도국의 공공부채는 선진국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증가한 상태”라고 전했다.
개도국이 글로벌 무역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지만 NTM에 막혀 역할만큼의 혜택을 보지 못한 데다 나랏빚을 갚느라 경제성장의 발판을 닦지 못하고 있다는 게 UNCTAD의 진단이다.(제네바=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