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평화회의 하루앞 ‘점령지·나토 포기’ 협상조건 제시

“조건 이행하면 즉시 휴전·협상 시작…완전한 종결 원해”

푸틴 대통령이 14일 러시아 외무부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

푸틴 대통령이 14일 러시아 외무부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점령지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하면 즉시 휴전하고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15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푸틴 대통령이 제시한 이같은 협상 조건은 우크라이나의 요구와 정반대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외무부 회의에서 “내일이라도 기꺼이 우크라이나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며 협상 조건을 제시했다.

그는 러시아가 ‘새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동남부의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은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약 18% 정도다.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중립, 비동맹, 비핵 지위와 비무장화, 비나치화를 필수 조건으로 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방의 모든 대러시아 제재를 해제할 것도 요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들이 이 결정에 준비됐다고 선언하고 이들 지역에서 실제로 철수를 시작하면서 공식적으로 나토 가입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하면 우리 측에서는 즉시, 말 그대로 같은 시각에 휴전하고 협상을 시작하라는 명령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안전한 철수도 보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 우리는 또 다른 구체적이고 진정한 평화 제안을 한다”며 “이 제안의 본질은 서방이 원하는 일시적인 휴전이나 분쟁의 동결이 아니라 완전한 결말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이 협상조건은 러시아 압박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논의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나토 국방장관회의 도중 나왔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여론전’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최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한 가운데 러시아는 전술핵무기 훈련으로 대응에 나서고 임박한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과 맞물려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러시아 매체 뉴스.루에 “우리의 제안이 가까운 장래에 고려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이 계획에 대해 중국과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라틴아메리카 및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진영의 G7, 나토, 스위스 평화회의와 ‘세력 대결’ 구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휴전 협상과 관련,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완전히 철수하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완전히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나토 가입을 염원하고 있어 푸틴 대통령의 제안이 진지하게 고려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이 제안을 거부하면 계속되는 유혈 사태에 대한 정치·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협상의 조건은 우크라이나 정권에 유리하지 않게 계속 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대해 “모든 이의 관심을 분산하려는 계략에 불과하다”며 러시아의 참여와 열린 대화 없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날 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으로 우크라이나에 500억달러(약 68조5천억원)를 지원하는 데 합의한 것에 대해서는 “서방은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노력하지만 모든 속임수에도 절도는 절도”라며 “처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유럽을 공격할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선 “완전히 말도 안 된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나토의 정책이 실패했으므로 이제는 유라시아에서 외국 주둔군을 점쳐 줄여나가고 유럽, 나토 회원국을 포함해 새로운 양자·다자 집단 안보 보장 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주장했다.(모스크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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