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EU집행위원장에 ‘美, 中 자극해 대만 공격 유도’ 주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개막한 제10차 중국-아랍 협력포럼 장관급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4월 베이징에서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만났을 당시 "미국이 중국을 자극해 대만을 공격하도록 하려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시 주석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게 '미국이 중국을 속여 대만을 침공하게 만들려고 시도하지만 그런 미끼에 걸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미국과의 분쟁이 발발할 경우 중국이 이뤄낸 많은 것들이 파괴될 것이고, 2049년까지 중화민족의 '대부흥'을 이뤄내겠다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데도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시 주석이 중국 정부 당국자들에게도 비슷한 경고를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FT는 시 주석이 외국 정상을 상대로 이러한 주장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건 이번이 첫 사례라면서 "이러한 발언은 미·중 관계의 최대 난제인 대만에 대한 시 주석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한다"고 평했다.

중국내 일부 학자들과 인민해방군 전직 간부들은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제공하는 등의 각종 조처로 중국을 도발해 군사적 대결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주장해 왔다.

올해 초 미국 싱크탱크 아시아 소사이어티 포럼에 참석한 추이톈카이 전 주미 중국대사는 "(중국은)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준비한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의 중국 학자는 "(미 정치권이) 대만의 독립세력을 적극적으로 부추기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들이 독립선언으로 '레드라인'을 넘으면 중국이 군사행동에 나설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주드 블랑셰트는 "시 주석이 정말로 미국이 대만을 놓고 중국과 분쟁을 벌이는 걸 적극적으로 추구한다고 믿는다면, (올바른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 정보의 진공 상태에 놓였거나 하급자들로부터 잘못된 조언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사실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미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GMF)의 소속 중국 전문가 보니 글레이저는 시 주석의 발언이 대만 문제에서 유럽이 미국편에 서지 않도록 하려는 시도의 일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소재 주미 중국 대사관은 이러한 보도와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는 '분리독립 세력'을 지원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측 대변인은 사적인 회동과 관련한 세부사항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백악관 역시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지만 어느 일방의 현상(status quo) 변경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 사이에선 재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한 중국이 대만을 포위한 채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인 이래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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