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에서 사라졌다”…‘조선 3대 풍속화가’ 신윤복 그림 행방묘연

신윤복, ‘고사인물도’ [국가유산청]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약 197년 만에 일본에서 국내 땅을 밟아 화제가 된 혜원 신윤복(1758~?)의 그림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17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신윤복의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를 소장한 사단법인 후암미래연구소 측은 그림이 사라졌다며 최근 서울 종로구청에 신고했다.

고사인물도는 신화나 역사 속 인물에 얽힌 일화를 소재로 그린 그림을 뜻한다.

이 그림은 제갈량이 남만국의 왕 맹획을 7번 잡았다 풀어준 후 결국은 심복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칠종칠금’(七縱七擒) 고사를 다룬 작품이다. 우측 상단에 ‘조선국의 혜원이 그리다’는 묵서가 남아있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풍속 화가 신윤복의 이 그림은 1811년 마지막 조선통신사 파견 때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이와 관련해 “신윤복이 1811년에 그린 그림으로, 2008년에 개인이 일본 수집가에게 구입해 일본에서 국내로 197년 만에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림은 2015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그림으로 본 조선통신사’ 전시 때도 모습을 보였었다.

박물관은 당시 “신윤복의 외가 친척이었던 피종정이 신윤복에게 부탁해 그린 후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통신사를 통해 (두 나라를)오간 대표적 회화 작품”이라고 했다.

이그림을 소장했던 후암미래연구소 측은 2019~2020년께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유산청에 신고하며 “족자 형태의 그림을 말아서 오동나무 상자에 보관해왔었다”며 “2020년 1월 사무실을 정리하는 중 소장품이 없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연구소 측은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했지만, 그림 소재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4년 가량이 흐른 최근 종로구청을 통해 도난 신고를 했고, 국가유산청은 누리집의 ‘도난 국가유산 정보’를 통해 이 사실을 공고했다.

한편 김홍도, 김득신과 함께 조선시대 3대 풍속화가로 칭해지는 신윤복은 남녀 간의 연애, 양반층부터 기녀와 기방의 세계 등을 특유의 세련된 감각으로 펼쳐보였다.

신윤복의 생애에 대해선 극히 일부만 전해질 뿐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일설에 따르면 그는 남녀 간 춘정을 즐겨 그린다는 이유로 도화서에서 쫓겨난 적이 있다고 한다.

대표작으로는 국보 제135호로 지정된 혜원풍속화첩이 있다. 초상기법으로 그린 ‘미인도’ 또한 조선 여인의 미를 남긴 명작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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