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들이 집단휴진 철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부터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민경·박지영 기자] 17일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중증·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진료와 응급실·중환자실·신장투석실·분만 진료 등은 유지한다고 병원은 밝혔지만, 4기암 환자에게 항암치료 일정 연기를 통보하는 등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휴진 첫날인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교수들은 학교를 떠난 학생들과 이어진 의료현장 붕괴를 견디다 못해 뜻을 모아 오늘 여기까지 도달했다”고 밝혔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몇달간 정책이 옳지 못했고, 의료를 유지할 상황이 아니라는것을 온몸으로 부르짖는다”며 “지난 일주일동안 진료는 잘 조정이 됐고 조정이 안됐거나 연락을 못 받은 환자들은 걱정하지 말고 와서 진료받길 바란다. 중환자실과 응급실이 열려있다. (교수들은)환자들을 다치게 하거나 힘들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지난 16일 서울대 4개 병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소속 교수 중 진료를 보는 전체 교수의 54.7%에 해당하는 529명이 17~22일 외래 진료를 휴진·축소하거나 정규 수술·시술검사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휴진 지지 의사를 밝힌 교수는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 529명을 포함해 전체 진료 참여 교수의 90.3%인 873명에 달한다. 아울러 수술장을 둔 3개 병원의 합계 수술장 예상 가동률은 기존 62.7%에서 33.5%로 떨어질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대 비대위 측은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의 정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을 중단하는 것이며 진료가 꼭 필요한 중증·희귀질환자 진료는 이어나간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서울대 4개 병원 환자들은 불시에 받은 진료 연기 통보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신장암 4기로 6월 중순 진료 및 항암치료 예약이 돼있던 A씨는 지난 주말 별안간 7월로 진료가 연기됐다는 문자 통보를 받았다. A씨는 “신장암 4기 환자가 중증 환자가 아니면 누가 중증이냐. 항암제는 2주 간격으로 맞아야 하는데 4주간 휴진으로 불가능해졌고, 한 달 뒤에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어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것도 여의치 않다”며 “진료를 봐야 진료의뢰서와 요양급여의뢰서를 받아서 병원을 옮길 수 있고, 항암제 처방도 아무데서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최소 조직 슬라이스를 제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공관절 수술 예약을 1년 전부터 예약한 B씨도 “지난 주 갑자기 병원에서 연락와서 8월 일정을 11월로 미뤘다. 사유는 교수가 3~4개월간 장기 휴가를 간다고 설명해왔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과 의대교수 단체, 개원의·봉직의 등도 오는 18일 ‘집단 휴진’에 돌입한다.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 의대 교수들은 적극적으로 휴진 동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의협은 정부를 향해 의대 증원안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보완, 전공의와 의대생 관련 행정명령 및 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받아들여질 경우 전면 휴진을 보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의협은 18일 하루로 예정했던 집단 휴진을 ‘무기한’으로 연장하겠다고 반발했다.
동네병원 휴진 참여율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18일 휴진을 신고한 의료기관은 지난 13일 기준 총 1463곳으로, 전체 명령 대상 의료기관(3만6371곳)의 4.02%에 해당한다. 이후 신고가 접수됐거나 신고 없이 휴진하는 의원을 고려해도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당시 첫날 참여율인 32.6%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