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다만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투석실 등 필수 분야 진료는 지속한다.[연합] |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정부가 의료계 집단휴진에 대해 강경 대응키로 하면서 의정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17일 휴진에 돌입한 데 이어 18일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는 휴진에 따른 병원 손실에 대해 병원이 휴진 참여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하고, 휴진을 방치한 병원은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17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 529명이 이날부터 휴진에 들어간다. 이는 진료에 참여하는 전체 교수(967명)의 54.7%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에 따라 수술장 가동률은 기존 62.7%에서 33.5%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의대 비대위는 “진료를 전면 중단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의 정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을 중단하는 것”이라며 “휴진 기간에도 진료가 꼭 필요한 중증·희귀질환자 진료를 하기 때문에 실제 진료 감소는 40%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를 필두로 의대교수 단체 등도 오는 18일 집단휴진에 나선다.
의협은 전날 의대 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처분 취소 및 사법처리 위협 중단 등 3가지 대정부 요구안을 공개하며,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 집단휴진 보류 여부를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
이에 보건복지부는 즉각 입장문을 통해 “불법적인 전면 휴진을 전제로 정부에 정책 사항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의대 정원과 전공의 처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미 여러 차례 설명했고,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각 병원장에게 일부 교수들의 집단휴진에 대한 불허를 요청하는 한편, 휴진 장기화로 병원에 손실이 발생하면 구상권 청구를 검토하도록 했다. 또 병원에서 집단 진료거부 상황을 방치하면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집단휴진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전날 회의에서 골든타임(최적기) 내 치료해야 하는 환자 진료를 위해 17일부터 중증 응급질환별 전국 단위 순환 당직제를 실시키로 했다.
급성대동맥증후군과 소아 급성복부질환, 산과 응급질환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수도권·충청권·전라권·경상권 등 4개 광역별로 매일 최소 1개 이상의 당직 기관을 편성하고, 야간과 휴일 응급상황에 24시간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의사 집단행동으로) 피해를 본 환자는 (국번 없이)129에 피해사례를 신고할 수 있고, 신고 내용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해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