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치킨집 바닥에 일부러 맥주를 쏟고는 이를 치우는 점주 측에 되레 "장사를 망하게 하겠다"고 난동을 부린 손님이 공분을 사고 있다.

13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마음이 힘드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아내와 함께 작은 치킨집을 운영한다고 밝힌 A씨는 "홀과 배달을 같이 하는 매장인데 최근 홀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멘탈(정신)이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A씨에 따르면 최근 가게 홀 마감 직전에 어느 정도 술에 취한 남성 손님들이 들어왔다. A씨 측은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30분만 먹고 가겠다"는 손님들을 받았지만, 결국 사달이 났다.

중년의 남성 4명은 치킨과 술을 주문했는데, 음식이 나가고 얼마 뒤 테이블 바닥에 맥주 상당량이 흘러 있었다. A씨 아내는 미끄러워진 바닥 때문에 사고가 날까 우려해 "물을 흘리셨느냐"고 물으며 키친 타월로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손님 중 한 명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고, 다른 손님들은 "네가 그런 거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러다 얼마 후 손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떠났다. 그런데 가게를 나가는 줄 알았던 손님 중 한 명이 다시 가게로 들어오더니, A씨 아내에게 "바닥 치우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따지기 시작했다.

이내 다른 손님들도 다시 들어와서는 A씨 아내에게 소리를 지르고 삿대질을 하면서 "내가 돈 주고 사 먹는데, 바닥에 오줌을 쌌냐?", "맥주를 흘릴 수도 있지, 먹튀를 했냐?", "이런 식으로 장사하면 부자 되겠다" 등의 막말을 퍼부었다. 특히 이들 중 한 명은 "나 여기 구청 직원인데 동네에 모르는 사람 없다. 내가 이런 가게는 처음 본다. 장사 바로 망하게 해주겠다"는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A씨는 "저와 아내는 터무니없는 협박에 무서웠지만 순간적으로 겁이 나서 아무 말도 못했다"며 "CCTV를 돌려보니 손님은 실수가 아니라 맥주를 바닥에 뿌리는 수준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아내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그날 이후로 저는 잠을 이루기 힘들고, 아내는 가게에 못 나오겠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누리꾼들은 "술 마시기 싫어서 일부러 몰래 버린 것 같은데, 사장님 때문에 걸렸다는 생각에 진상부린 것 같다", "속상하겠지만 무시하고 잊는 편이 좋다", "증거 자료 있으니 근무시간에 구청 가서 면담하고 민원 제기하세요", "의도적인 괴롭힘, 영업방해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A씨 측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