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및 비자금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정윤희·김은희 기자] SK그룹은 최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로 흘러들어갔고, 6공화국 시절 유무형의 특혜를 받아 성장했다는 취지의 판결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현안 관련 설명회를 열고 “SK는 6공의 특혜로 성장한 기업이 절대 아니다”며 “해묵은 가짜뉴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래 이번 소송은 개인 간의 소송이다보니 회사 차원에서는 개입하지 않았으나, 이번 판결로 SK가 6공의 비호 아래 성장했다는 정의가 내려져버렸다”며 “15만에 가까운 (SK) 구성원과 많은 고객, 투자자들에게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슈가 돼버렸다”고 설명회 취지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회사 차원에서 진실 규명이 필요한 사안으로 ▷300억원의 정확한 전달 방식 및 사용처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의 별도 존재 여부 ▷SK에 제시했다는 100억원 약속어음의 구체적 처리 결과 ▷현직 대통령 시기에 특혜로 거론됐던 내용과 사실 유무 ▷‘전직 대통령의 영향력을 믿고’라는 부분의 성립 가능성 ▷장비제조업체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제한이 특혜용이었는지 여부 ▷대통령 사돈기업으로서 손해 본 사항들 등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노태우 정부의) 300억원 비자금이 SK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왔는지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며 “아무런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300억원 비자김이 들어왔다는 것만 팩트로 치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300억원 비자금은 1995년 수사 당시에는 전혀 거론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별도의 비자금이 존재하는가 여부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의 성장 과정에 노 전 대통령이 유무형적 지원을 했다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도 부인했다. 이 위원장은 “SK가 6공의 특혜를 받았다는데 ‘구체적인 특혜 내용을 말해봐라’하면 아마 많지 않을 것”이라며 “특혜의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시돼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또, “6공의 특혜가 YS 정권으로 이어져 SK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취지로 판결문에 적시했지만, 우리나라 역사에서 정부가 바뀌면 그 정부의 인연이 다음 정부에서도 뒷배가 되고 큰 힘이 됐던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및 비자금에 대해 SK그룹의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특히, 통신장비 제조업체의 정식 서비스 진출을 법으로 막아 SK가 한국이동통신을 쉽게 인수할 수 있도록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당시 체신부(정보통신부)가 법을 발의하고 제안할 때 많은 토론이 있었다”며 “만약 대통령의 강한 지원 의사가 있었다면 힘이 약한 부서(체신부)에 그것을 하라고 하고 힘이 센 부서에 그것을 막으라는 상반된 지시를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위원장은 6공 기간(1987~1992) 중 10대 기업 매출 성장을 근거로 제시키도 했다. 이 기간 중 SK의 성장률은 1.8배로 10대 기업 가운데 9위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대우는 4.3배, 기아 3.9배, 롯데 2.7배, 현대 2.5배, 쌍용 2.4배 등을 기록했다고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많은 특혜를 받았다고들 하지만 오히려 마이너스 된 부분이 있었다”며 “매출은 기업의 모든 경영성과의 최종 결과물인데 SK가 당시 이미 5위 그룹이었는데 성장률은 9위에 그치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동통신사업 진출 당시 오히려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많은 규제부처에서 SK에 대한 세무조사, 관계부처 조사 등이 진행돼 경영환경에 큰 부담이 됐었다”며 “6공 당시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으나 강압에 의해 사업권을 반납했고, 그 이후 YS 정부 시절인 1994년에 받았는데 이때는 6공 정부에 대한 청산(여론)이 사회적으로 굉장히 비등할 때”라고 지적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이날 행사 시작 직후 깜짝 등장해 대법원 상고를 공식화했다. 최 회장 측은 이날 행사에서 1조3808억원 재산 분할액 산정의 바탕이 되는 대한텔레콤 주식(현 SK㈜ 주식)의 산정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상고 결심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첫번째로는 재산분할에 관련돼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그 오류는 주식의 분할 대상이 되는지, 또 분할 대상이 얼마나 돼야 하는지 전제에 속하는 치명적 오류”라고 말했다.
이어 “또 하나의 이유는 SK의 성장이 불법적인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또 제6공화국의 후광으로 사업을 키워왔다는 판결의 내용이 존재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저 뿐만 아니라 SK그룹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돼 이를 바로잡고자 저는 상고를 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