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서방 연대 구축하는 푸틴…서방 언론 “군사협력 강화 우려”

지난해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19일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는 가운데 북·러 군사협력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 주요 언론들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이를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이 강화될 것을 우려했다.

서방 언론들은 북러 관계가 한 단계 더 심화하는 신호라고 평가하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러시아에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대러 무기 지원에 상응하는 러시아의 대북 첨단 기술 제공 가능성 등도 주시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매일 수천 발의 포탄과 미사일 로켓을 발사하며 서로를 압도하기 위해 벌이는 소모전”이라며 “북한이 제공하는 모든 군수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NYT는 푸틴의 이번 방북은 우크라이나에 재래식 무기를 공급할 수 있는 북한의 능력을 부각한다면서 냉전 시대 이후 지금까지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조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강화된 북러 협력은 미국과 동맹국에도 안보적 메시지를 준다고 해석했다. 북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 사용되면서 북한이 서방 미사일 시스템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데다, 북한의 해외 돈벌이를 차단하기 위한 제재에도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 AP통신은 “양측의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방북을 발표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을 환영할 나라가 그 어느 때보다 적기 때문에 이번 만남은 김 위원장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또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무기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CNN방송은 “불법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수년간의 국제 제재에도 굴하지 않는 김 위원장의 입장에선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에 군사 기술을 전수받을 수 있는 ‘호재(boon)’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이번 방북을 계기로 추가 무기 지원을 요구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무기 계약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면서 전쟁에 필요한 포탄 등 재래식 무기 지원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이날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480만개를 담을 수 있는 컨테이너 1만개와 탄도미사일 수십기를 공급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언론들은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푸틴 대통령의 방북 배경과 러시아와 북한이 주고받을 ‘거래’에 주목했다.

영국 BBC 방송은 ‘푸틴이 방북을 확정하며 서방을 조롱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옛소련 시절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로 발전했다”면서 이는 서방이 우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BBC는 “양측이 서로에게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많은 추측이 있었다”면서 탄약, 군사 기술 등을 서로 제공하는 ‘공급의 안보’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러시아의 친정부 정치학자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러시아가 탄약과 건설 노동자는 물론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투입할 자원자를 찾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BBC에 말했다.

또 북한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러시아로부터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사정권인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함한 군사적 목표를 위한 기술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서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 중 하나인 북한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속적인 군사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도 영어판 기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세계 최고 은둔 국가’ 북한 방문은 “그가 2022년 2월 시작한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을 이어가기 위해 탄약을 확보하려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를 전례 없는 국제적 고립에 빠트렸다고 짚었다.

군사 뿐 아니라 경제 분야 협력도 이번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서 중요하게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러시아의 방북 수행단에 경제, 외교 분야 수장들이 포함돼 있다. 크렘린궁 보좌관도 전날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 위원장이 경제, 에너지, 교통, 국제 협력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비공식 대화에서는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 경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의해 황폐화된 상태다. 지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국제 제재의 전면적 완화를 시도도 했지만, 이마저도 결렬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NYT는 “김 위원장은 핵무기 개발을 두 배로 늘리는 한편, 동북아에서 한미일 군사 협력에 대응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신냉전’(Neo-Cold War)을 구상하는 것”이라며 “이미 양국의 긴밀한 관계가 불법행위를 통해 외화를 벌어 들이는 북한을 막으려는 국제 제재에 구멍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북한 노동자 고용도 예상 의제 중 하나다. 북한 노동자 수급 계약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에 저촉되지만 러시아는 특별군사작전으로 폐허가 된 지역을 재건하는 데 북한 노동자를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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