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조계종 지도층 비리 잇따라 보도한 전직 기자 ‘무죄’ 확정

대한민국 대법원 로고. [사진=대법원]

[헤럴드경제(부산)=임순택 기자] 조계종 지도층의 해외 원정 도박, 쪽지 예산을 통한 혈세 낭비 등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법정 구속돼 항소심에서 무죄로 석방됐던 전직 기자에 대해 대법원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는 지난 13일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전직 기자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8월 불교계 인사로부터 조계종 개혁을 위해 지도층 스님들의 비리를 보도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2억8000만원을 받아 방송장비 등을 구입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2억8000만원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었다.

당시 재판부는 '장래 기자로 복귀할 것이 확정적으로 기대됐고, 실제로 단기간 내에 기자 활동을 재개한 점' 등을 이유로 신분범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했다.

당시 재판부는 범죄 소명을 위해 선고 기일까지 직권으로 연기해가며 이례적으로 상당수 판례를 조목조목 인용해 판결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곱지 않은 시선을 모았었다.

A씨 측 변호인단은 재판과정에서 "취재 요청을 받을 당시 기자를 그만둔 상태였고, 거듭된 부탁으로 조계종 개혁이라는 명제 아래 언론사 복귀를 위한 취재 장비와 취재 인건비 등을 지원받은 것에 불과하며, 보도 내용 모두 누가봐도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한 공익 기사였다"며 무죄를 주장했었다.

부산고법 형사1부(재판장 박준용)는 이같은 A씨 측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부는 배임수재죄의 구성 요건상 '타인의 사물을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범의 해석을 1심과 달리해 "죄형 법정주의의 원칙이나 배임수재죄법 조문의 규정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부탁을 받을 당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위치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항소부는 심리과정에서 공판검사에 1심 판결의 문제점을 이유로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으나 검사는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었다.

앞서 항소부는 선고를 채 2주 앞둔 상태에서 보석을 신청한 지 3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A씨에 대한 보석을 전격 허가해 1심 파기가 예상됐었다.

A씨는 지난 2017년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비롯한 지도층 승려들의 국내외 불법 도박 행태와 특정 사찰 쪽지 예산 편성으로 인한 수십억 원 혈세 낭비 현장을 추적 보도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A씨가 첫보도한 조계종 총무원장 후보자의 서울대 허위학력 보도는 후속 보도가 뒤따르면서 결국 현직 총무원장 탄핵이라는 조계종 초유의 사태를 몰고 왔었다.

강윤경 법무법인 정산 대표변호사는 "1심 판결은 죄형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도 내용 역시 부정한 청탁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내용들이었기에 1심 판결은 무리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잘못된 판결은 한 사람의 인생과 가정을 파탄낼 수 있는 만큼 뒤늦게나마 검찰과 1심 법원의 무리한 기소와 판결을 바로 잡아준 항소부와 대법원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자승스님은 지난해 11월 말 결국 상당한 사재를 남기고 경기도의 한 사찰에서 분신으로 추정되는 사채로 발견돼 경찰과 국정원이 타살 가능성을 수사하는 등 현재까지도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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