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북한 평양에서 회담을 하는 동안 서로 마주보며 대화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19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약속한 북한과 러시아는 최근 몇 년 간 ‘유례 없는 밀착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반도 분단 이후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밀착과 냉각을 반복했던 북·러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면서 급격히 가까워졌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한 뒤 푸틴 대통령에게 평양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고, 9개월 만에 푸틴 대통령의 답방이 이뤄졌다. 북러 정상은 이번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어 관계를 격상하기로 결정했다.
AP는 “미국과 한국은 지난해 이후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군사, 경제, 기타 교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지적한다”며 “북한이 전쟁을 돕기 위해 러시아에 대포, 미사일, 기타 군사 장비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핵심 군사 기술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고 평가했다.
여기에 지난 3월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온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연장을 반대하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구입한 무기에 대한 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반대라고 비판했다.
스푸트니크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북러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책을 포함해 러시아 정책에 대한 (북한의) 일관되고 확고한 지지에 감사한다”며 “오늘,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의 기초가 될 새로운 기본 문서가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러시아 정부와 군, 인민이 주권과 안보 이익, 영토보전을 수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전쟁)을 수행하는 데 전폭적인 지지와 연대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평양 외곽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AP] |
냉전 시대 전통적 우방국이었던 러시아와 북한이 늘 협력 관계였던 것은 아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6.25 전쟁 당시 북한을 지원했던 소련은 휴전 이후에도 북한에 원조를 진행했다. 하지만 김일성 주석이 권력 집중화를 위한 대대적인 ‘물갈이 숙청’을 진행하면서 소련과의 관계가 흔들렸다. 1956년 연안파와 소련파 중심으로 반(反)김일성 운동이 고조되자 김 주석은 지도자들을 대거 숙청해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할 수 있었다.
1960년대 중·소 갈등이 발생하자 북한은 등거리 외교를 하며 러시아와 적절한 거리를 뒀다. 당시 소련 지도자 니키타 흐루쇼프가 스탈린 격하 운동을 펼치자 중국 마오쩌둥은 반발했다. 양 국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북한은 두 국가 사이에서 외교 정책을 펼쳤다. 중·소 갈증에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고, 대신 두 국가와 우호 조약을 맺었다.
여기에 북한은 소련과 중국의 의존을 줄이려 노력했다. 북한은 1970년대 동서 데탕트(긴장완화)를 배경으로 기존 경제발전전략을 수정해 서방 세계를 향해 대외개방정책을 폈지만 실패하면서 북한 경제는 위기에 빠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새벽 북한 평양에 도착해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우리 나라를 국가방문하는 로씨야련방 대통령 평양 도착,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울라지미르 울라지미로비치 뿌찐동지를 뜨겁게 영접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
개혁·개방 정책을 이끌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북한은 점점 더 고립됐다. 1990년 당시 한국과 소련이 역사적인 수교를 이뤄냈고, 이를 계기로 소련은 북한에 대한 원조를 끊었다. 소련이 붕괴되고 북한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러시아는 한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한국과 더욱 가까워졌고, 북한과의 군사 동맹을 종료했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면서 고립된 북한은 심각한 기근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등장하며 북러 상황은 개선됐다.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들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고, 미국 미사일 정책을 규탄했다. 양측은 주요 안보 문제에서 교류를 약속했고, 후속 회담도 이어갔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는 대북 제재를 2번 지지하는 등 국제사회를 의식하는 모습도 보였다. 러시아는 북한이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대가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회담에 참여하기도 했다.
2012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6년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자 러시아는 북한에 석유 공급을 제한하고 자국의 노동력 수출을 단속하는 등 엄격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이행했다.
지난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북러 관계를 격상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에 서명하고, 경제 협력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 선조들의 업적은 오늘날 양국 관계 발전의 좋은 기반이 되고 있다”며 차기 북러 정상회담은 모스크바에서 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새벽(한국시간) 북한 평양에 도착해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우리 나라를 국가방문하는 로씨야련방 대통령 평양 도착,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울라지미르 울라지미로비치 뿌찐동지를 뜨겁게 영접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