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나루 마리나파크에서 ‘초불확실성의 시대,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와 트렌드’를 주제로 열린 헤럴드 글로벌비즈포럼에서 ‘신산업정책 2.0 전략’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
“사람의 머리에 해당하는 반도체, 에너지의 심장인 이차전지, 산업의 눈이라고 하는 디스플레이, 앞으로 건강을 책임질 바이오.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첨단산업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동안 기술을 따라가고 산업을 개척하는 데 몰두했고 어느 순간 우리가 선두에 서게 됐습니다. 이제는 앞선 기술, 우리 산업을 지키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지금껏 첨단산업 기술을 키우는 것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이 산업을 지키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성 차관은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나루 마리나파크에서 ‘초불확실성의 시대,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와 트렌드’를 주제로 열린 헤럴드 글로벌비즈포럼에서 “신산업정책 2.0의 첫 번째 미션은 첨단산업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이고 첨단산업을 지키고 키우는 게 산업부의 역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강 차관은 “경쟁국의 LCD(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 담당자가 대부분 한국 사람이라고 한다”면서 “기술을 지키는 게 관건인데 우리는 준비가 부족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미국은 ‘경제 스파이법’을 통해 핵심기술 유출을 간첩죄로 처벌한다”며 “우리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강화해 기술을 지키자는 논의가 있는데 약간의 찬반양론이 있어 현재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 차관은 그러면서도 산업기술 보호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성을 적극 모색하는 등 우리 기술을 지키는 데 필요한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강 차관은 첨단산업 보호와 함께 이들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전략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 대해 “우리가 반도체 강국이라는 얘기를 하지만 아직 진정한 의미의 반도체 강국은 아니다”라며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가 강한 메모리는 13%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가 부족한 시스템 반도체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키우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차전지 분야에 대해선 “미국에 짓고 있는 이차전지 공장 12개 중 10개가 우리 기업의 공장이고 2025~2026년에는 미국에서 76%를 점유하게 된다. 그만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 공장 짓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의문이 들겠지만 연구시설과 핵심 제조라인, 최첨단 설비는 반드시 한국에 두는 등 철저한 전략을 바탕으로 추진하고 있어 첨단산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 차관은 “지난 30년이 자유무역, 국제분업의 시대였다면 최근은 경제안보의 시대”라며 “공급망 분절이 나타났고 상품과 서비스 모두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이 높아졌는데 이는 수출에 의존하고 대외통상국을 표방하며 성장해 온 우리나라에는 아주 위협적인 위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공급망 안정화와 함께 주력산업의 디지털·친환경 대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강 차관은 “2019년 일본이 반도채 소재 수출을 제한한 이른바 ‘소부장 사태’는 충격적이었다”면서 “정부는 자립화, 수입국 다변화, 품목 대체 등의 방안을 지원했고 상당 부분 어려움을 해결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특별 관리하는 등 제조업의 허리인 소부장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섬유 등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주력 산업 모두 디지털·친환경 전환 없이는 죽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면서 “기업이 전환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변화하는 데 정부가 한 팀이 돼 함께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강 차관은 아울러 “산업현장의 가장 큰 고민인 인력과 생산성 문제를 인공지능(AI)이 해결해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면서 “AI가 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AI 시대에 산업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중소·중견기업도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김은희 기자